위폐 골치 북 “달러 일련번호 적으라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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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과거 미국 달러 위폐 제조국으로 지목됐던 북한도 위조지폐 문제로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당국은 위조지폐 유입 방지와 이에 대한 책임 여부를 분명히 하기 위해 하위 단위가 상부에 미국 고액 달러를 납부할 때 화폐 일련번호를 함께 제출해야 한다는 지침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이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인 VOC(Voice of One Calling)로부터 입수한 ‘출장조직과 관련한 문제’라는 과거 북한 내부 문건에는 북한의 무역 및 외화벌이 단위들이 북한 당국에 미국 달러를 납부할 때 지켜야 하는 규정이 명시돼 있습니다.

전직 북한 고위 외교관들에 따르면, 해당 문건은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5월 8일 북한 외무성이 심양 주재 총영사관을 통해 중국에 상주하는 무역 및 외화벌이 단위들에 내려보낸 것으로 추정됩니다.

문건에는 코로나 시기 각종 물건들과 기금, 국가외교대표부유지비, 조직비, 코로나 방역금과 같은 지원금 등을 안전하게 반입하기 위한 절차가 규정돼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되는 점은 ‘가화폐’, 즉 위조지폐를 특별히 주의할 것을 당부하는 내용입니다.

문건에는 모든 미국 달러화를 납부할 때 일련번호를 적은 원본을 현금과 함께 봉투에 넣어 보낼 것을 강조하는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또한 봉투 겉면에 파견 기관과 단위명, 액수, 책임자 이름까지 밝히도록 지시했습니다.

문건에는 “최근 어느 단위에서 납부한 유지비 중에 가화폐 2장이 발견됐다”며 “만일 돈번호를 적지 않거나 번호를 적은 문서를 보내지 않는 경우 가화폐에 대하여 부득불 해당 단위에서 다시 대책하게 됨을 참고할 것”이라는 내용도 담겨 있습니다.

전직 북한 외교관들은 해외에서 북한으로 달러 자금을 납부할 때 일련번호를 적어 함께 보내는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만큼 북한 내부에서도 상당 기간동안 위폐 유통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해왔다는 의미입니다.

15일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 대사관 참사에 따르면 일련번호 작성이 필요한 미국 달러 권종은 50달러와 100달러 등 두가지입니다. 소액권은 일련번호를 따로 적지 않아도 됩니다.

리 전 참사는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충성자금에 위조지폐가 섞여 들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의도적으로 위폐를 함께 넣어 납부하는 것보다는 실수로 받은 위폐가 섞여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리 참사는 “납부된 충성자금 가운데 위폐가 있으면 번호를 통해 어느 단위의 누가 바친 것인지 찾아낼 수 있다”며 “이로 인한 심한 처벌은 없지만 대신 책임자가 변상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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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5월 8일 작성된 북한 내부문건, ‘출장조직과 관련한 문제’ / VOC(Voice of One Callin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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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는 일부 인원, 혹은 단위들이 상부에 납부하는 미국 달러에 소수의 위폐를 끼워 넣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 100달러짜리 위조 화폐를 20달러 주고 사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내가 두 장, 그러니까 200달러가 모자라면 가화폐를 끼워 넣는 방식인거죠.

이어 류 전 대사대리는 “자체적으로 위폐 감별 이후 소수의 위폐를 발견한다고 해도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이를 달러 더미에서 빼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2015, 2016년경 대북제재가 점차 강화되던 시기에 북한 경제도 더욱 어려워졌는데 그때부터 내부적으로 위폐가 발견됐던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자유아시아방송은 지난 3월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내에서 위조달러가 유통돼 이와 관련된 단속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지난 2016년에도 북한 내부에 50달러 권종의 달러 위폐가 많다는 북한 내부 소식통의 전언과 중국 대북 무역상들이 북한 측과 거래 시 달러의 일련번호를 적어 놓는다는 내용의 보도도 한 바 있습니다.

한편 북한은 한때 외화난 타개 목적으로 미국 달러 위조지폐 제조에 국가적 차원으로 개입해 이를 유통했다가 적발된 바 있습니다. 다만 북한이 현재도 미국 달러 위조지폐를 제조하고 있는지는 미지수입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지난 2021년 10월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를 통해 북한 중앙은행이 용지와 특수 잉크 수입 중단으로 북한 원화 인쇄에 애를 먹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류현우 전 대사대리는 자유아시아방송에 “현재 북한이 위조지폐 제조에 필요한 자재 확보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목용재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