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준전시 선포’ 18년 만에 소 실태 전수 조사

0:00 / 0:00

앵커: 북한 함경도 당국이 도내 소 실태에 대한 전수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운송수단이 부족한 북한이 전시물자 운반에 소를 동원하기 위한 사전 조사였다는 지적입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모든 소는 국가 소유이며 그 관리도 철저해 당국의 승인 없이 소를 도축하는 경우 거의 살인죄와 비슷한 처벌을 받습니다. 소가 고기나 우유 생산 목적보다는 농사와 물자 운반 등 부림소로 활용되기 때문입니다.

함경남도 허천군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0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지난 7일 군 당국이 군내 소 관리 실태를 조사했다”며 “전시 동원을 위한 사전 준비”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번 검열을 앞두고 “사전에 소를 많이 가지고 있는 농장과 우마차사업소, 소가 있는 모든 공장 기업소에 소 관리 상태 검열 준비를 하라는 내용의 지시가 포치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인민위원회 군수동원부 성원들이 각 공장 기업소를 돌며 소 상태를 검열했다”며 “문건 상으로 소 마리수나 상태를 장악(요해)하는 건 정상적으로 하는 일이지만, 현지에 나와 소 관리상태를 직접 확인하는 것은 처음 봤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이어 “검열 성원들이 소 관리자와 소 이력 등을 확인하고 소 관리상태와 짐 운반 능력을 평가해 대장에 기록했다”며 “달구지 상태도 중요한 평가 항목”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각 지방에 있는 우마차사업소는 소달구지를 이용해 지역 내 소규모 물자 운반을 담당하는 국영 기업입니다. 우마차사업소가 보유하고 있는 소는 지역마다 다 다르지만 보통 10~30마리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 부령군의 현지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같은 날 “부령에서는 농장 소에 대한 검열은 검열성원들이 각 농장을 돌며 진행되었고 읍내 소는 소와 달구지를 우마차사업소에 가지고 가 검열을 받아야 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이전에는 나이든 아바이(노인)들이 소를 몰았지만 요즘은 젊은 사람들이 소달구지를 끈다”며 “읍내 오물장 쓰레기를 처리하거나 석탄이나 화목 등 소소한 물동 운반은 다 소달구지를 이용하는데 소가 없으면 큰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전시물자 동원을 위한 자동차 검열을 가끔 하는 건 봤지만 소달구지 검열은 정말 오랜만으로 준전시상태가 선포되었던 2006년 이후 처음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준전시상태 선포는 북한의 2006년 7월 대포동 2호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유엔이 대북 결의문을 채택하자 선포됐습니다. 전국적 차원의 준전시상태 선포는 1983년과 1993년에도 있었지만 당시에도 소 실태 전수조사가 이뤄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소식통은 검열을 마치며 인민위원회 간부가 6.25전쟁 때 싸우는 고지에 포탄과 식량을 운반하는 데서 소달구지가 큰 역할을 했다며 앞으로 유사시를 대비해 소와 달구지를 잘 관리할 데 대해 강조했다고 언급했습니다.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을 겪으며 소 마리수가 급감하자 북한 당국은 2004년경 소 소유권은 국가가 가지되 개인이나 기업이 사육과 관리권을 넘겨받아 소를 키워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후 경제난, 에너지난으로, 차량, 부속품, 연료 부족 등으로 물자 운반에 애를 먹는 기업들이 자체로 소와 달구지를 장만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