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해 말 북한 당국은 공무원과 근로자들의 월급(생활비)을 인상하면서 일련의 장마당 무력화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 당국이 새해 들어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아보는 시간, 오늘은 그 첫 순서로 주민들에게 전자결제 카드 사용을 강요한다는 소식입니다.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당국이 전국적인 범위에서 재정일꾼 강습을 조직한 것은 지난해 11월 27일부터 30일 사이입니다. 재정일꾼 강습에서 북한은 공무원들과 근로자들의 생활비(월급) 인상조치와 그에 따른 규정들을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7일 “노동자, 사무원들의 생활비를 기존보다 열 배로 올려준다는 얘기가 지난해 10월부터 돌고 있었다”며 “설마 했는데 11월말에 재정일꾼 강습이 있은 뒤, 12월 초부터 생활비가 인상되었다”고 전했습니다.
생활비 인상 배경에 대해 소식통은 “근로자들이 생활비만 가지고 안정적인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국가가 배려한 것”이라며 “공장에 갓 입직해 기술급수가 없는 노동자의 생활비가 2천원이었는데 지금은 3만원이 되었고, 공장에 입직한 후 2년 이상 일을 해 기술급수가 1급인 노동자의 생활비가 2천5백원이었는데 지금은 3만5천원을 받게 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저 생활비가 3만원, 기본 생활비가 3만5천원이라는 건데 “기술급수 및 기능급수가 한 등급 오르면 생활비도 3천원씩 오르는 구조”라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12월 말부터 현재까지 공장, 기업소 별로 순차적으로 월급을 지급하고 있는데 현금을 주는 것이 아니라 중앙은행에서 발급한 전자결제카드로 지급하고 있다”며 “지방의 경우 전자결제카드는 은행과 체신소(우체국), 백화점과 양곡판매소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소식통들은 생활비 인상에 따른 불편함과 위험성도 지적했습니다.
양강도의 또 다른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9일 “생활비 인상 조치는 장마당을 없애고 주민들의 손에서 현금을 빼앗아 내기 위한 강도적인 모략”이라며 "앞으로 화폐의 가치가 더욱 하락하고, 2009년의 화폐교환 때와 비슷한 혼란이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현금 대신 카드를 내어준 이유에 대해서도 소식통은 “장마당에 가지 말고 오직 백화점과 양곡판매소만 이용하라는 건데, 백화점엔 물건이 없고, 양곡판매소엔 입쌀과 강냉이만 있다”며 “내게 맞는 옷을 사거나 환자에게 필요한 찹쌀을 사려 해도 장마당이 있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특히 소식통은 “기본 월 생활비를 3만5천원으로 높였다고 해도 현재 양곡판매소에서 겨우 쌀 6kg을 살 돈 밖에 되지 않는데 그 돈으로는 온 가족이 입에 풀칠조차 하기 어렵다”며 “높아진 월급만으로는 개인 장사와 장마당을 절대로 무력화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소식통은 “혜산청년광산 같이 생산을 초과하는 기업소들은 초과 이익분까지 생활비를 10만원도 넘게 받을 수 있는 반면 원료와 전기가 없어 생산을 못하는 지방 공장, 기업소들은 생활비를 한 푼도 받지 못한다”면서 “장마당을 통제하고, 장사를 못하게 하면 이들의 생계는 누가 책임지느냐?”고 반문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생활비 인상으로 장마당을 충분히 무력화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지식인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009년의 화폐교환은 순수 현금 밖에 없었기 때문에 실패했다”며 “지금은 현금을 대체하고, 현금을 억제할 수 있는 전자결제 카드로 생활비를 지급하기 때문에 2009년 화폐교환 떄와 같은 혼란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소식통은 “아직 전자결제카드로 살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지만 앞으로 전자결제체계를 많이 설치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면서 “전자결제카드가 일반화되면 주민들의 수중에 있던 돈도 자연적으로 은행에 들어오게 될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결과적으로 전자결제카드 일반화를 통해 장마당을 충분히 무력화할 수 있다는 게 중앙의 생각”이라면서 “다만 전자결제카드 일반화로 장마당을 무력화시키려면 양곡판매소를 제한없이 운영하고 백화점과 상점망들에 주민들이 요구하는 물건이 충분해야 한다는 조건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