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미 대북제재 위반’ 유럽인 2명 지명수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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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지난 2019년 북한에 암호화폐 관련 기술을 불법 전수한 유럽인 2명을 지명수배 명단에 올렸습니다. 지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연방수사국은 18일 홈페이지를 통해 스페인 국적자 알레한드로 카오 데 베노스와 영국 국적자 크리스토퍼 엠스에 대한 지명수배 전단을 공개했습니다.

연방수사국은 전단에서 이들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기술을 북한에 불법 전수하는 데 협력하는 등 미국의 대북제재를 위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공개된 수배 전단에 따르면 카오 데 베노스는 스페인 비정부기구 단체인 조선친선협회(KFA) 설립자로 2018년경 ‘평양 블록체인·가상화폐 회의’를 조직했습니다.

그는 엠스와 함께 평양에서 강의를 할 미국인 버질 그리피스를 섭외해 그의 방북을 주선했고, 북한 당국으로부터 그리피스의 회의 참석 허가를 받아내기도 했습니다.

카오 데 베노스는 이후 2020년 북한에서 두 번째 암호화폐 강연을 계획하기도 했지만 그리피스가 2019년 11월 미 당국에 체포되면서 해당 계획은 무산됐습니다.

연방수사국은 카오 데 베노스가 이러한 활동 사실을 미 당국으로부터 숨기기 위한 조치들을 취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에 물품이나 기술,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데 요구되는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의 허가를 받지도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연방수사국은 또 카오 데 베노스가 조선일이라는 한국식 예명을 사용한다며 그가 사업가 및 정보기술(IT) 컨설턴트, 즉 자문가로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그가 현재 스페인에 거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습니다.

연방수사국은 카오 데 베노스와 함께 평양 가상화폐 회의를 계획하고 조직한 엠스가 지난 2019년 그리피스와 함께 회의에 참석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기술에 대한 북한 청중들의 구체적인 질문에 답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청중에는 북한 정권을 위해 일하는 인물들도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엠스가 북한을 위한 ‘스마트 콘트랙트’(Smart Contract) 구축 방안을 제안했다고 밝혔습니다.

스마트 콘트랙트란 블록체인 네트워크(망)에 일정 조건을 등록해, 조건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거래가 이뤄지게 하는 기술을 의미합니다.

연방수사국은 또 엠스가 미국 제재를 회피할 수 있는 암호화폐 거래 방법을 고안했고, 이를 북한 청중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거래 방식을 도표로 설명하기도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수배 전단에 따르면 엠스는 아랍에미리트(UAE)와 지중해 섬나라 몰타, 영국령 지브롤터 등 유럽 전역에 기업을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엠스는 올해 3월까지 사우디아라비아에 거주 중이었으나 현재 아랍에미리트(UAE)에 거주하고 있다고 전단은 덧붙였습니다.

연방수사국은 이날 카오 데 베노스와 엠스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며, 이들에 대한 정보가 있다면 현지 연방수사국 사무실이나 가까운 미국 대사관, 영사관 등에 신고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앞서 미국 법무부는 지난달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들을 미국의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기소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들과 함께 평양 암호화폐 회의에서 강연했던 그리피스는 지난 4월 뉴욕남부 연방법원 선고 공판에서 63개월 징역형과 10만 달러의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기자 지정은, 에디터 김소영,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