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원 “그리피스, 대북 ‘암호화폐’ 기술전수 유죄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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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2019년 평양에서 열린 암호화폐 관련 회의에 참석해서 북한에 암호화폐 관련 기술을 전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미국인 버질 그리피스(Virgil Griffith)가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서혜준 기자가 보도합니다.

대북 제재와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위반한 혐의를 부인하던 그리피스(Virgil Griffith)가 27일 법원에 출두한 지 한 시간만에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미국 뉴욕 남부 연방법원이 사전에 공개한 일정에 따르면 그리피스의 재판은 이날 시작돼 다음달까지 총 5번의 재판 일정이 예정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뉴욕 남부 연방법원의 케빈 카스텔(P. Kevin Castel) 판사 측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그리피스가 유죄협상(plea bargaining)을 요청했고 따라서 도중에 재판이 취소됐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그리피스는 재구금됐으며 미국의 유죄협상 제도에 따라 정식 공판절차 없이 형을 선고받게 됩니다.

그러면서 카스텔 판사 측은 내년 1월 18일 그에 대한 형량 선고가 내려질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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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남부 연방법원이 27일 공개한 그리피스 유죄 인정에 대한 보도자료. /미 법무부 홈페이지

그리피스와 함께 2019년 당시 북한을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진 이든 루(Ethan Lou) 기자는 27일 재판에 직접 참석 후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인 트위터에 그리피스는 재판 도중 최대 6년 6개월 징역형에 대한 합의를 요구했다고 전했습니다.

암호화폐 이더리움(ETH)의 개발자였던 그리피스는 싱가포르에 머물면서 미 국무부와 재무부가 북한 여행에 대해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미 뉴욕 주재 북한 대사관 측에서 여행 비자를 받고 지난 2019년 4월 평양 암호화폐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그는 당시 회의에서 100여명의 북한인들에게 전문적인 암호화폐 관련 정보를 전달하고 제재회피와 자금세탁에 대한 조언을 한 혐의로 2019년 11월 미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됐으며 미국의 국제비상경제권법과 대북제재 위반 혐의를 받았습니다.

국제비상경제권법은 미 재무부가 주도한 것으로 북한 등 테러지원국에 상품, 기술 등의 수출을 금지하며, 위반 시 최대 20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그리피스가 이번에 유죄를 인정하고, 피의자가 범죄혐의를 인정하는 경우 감형해주는 제도인 유죄협상, 즉 형량조정협상(Plea deal)을 판사에게 요청한 겁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스팀슨센터(Stimson Center)의 마틴 윌리엄스(Martyn Williams) 연구원은 27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그리피스 사건은 다른 미국 시민들에게 방북 위험과 관련해 경종을 울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윌리엄스 연구원: (이번 사건은) 다른 미국 시민들에게 북한에 가기 위해 (일반) 미국 여권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각인시켜줄 것입니다.

그는 또 그리피스 사건 외에도 다른 방법을 통해 북한은 사이버 범죄와 해킹 자금을 빼돌리기 위한 제재회피 노력을 앞으로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그리피스의 유죄협상 요청 전 검찰과 그리피스 측 변호인단이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뉴욕 남부 연방 법원은 표현의 자유 및 북한의 역사와 문화, 미국과의 연관성, 암호화폐 기술에 대한 정보 등을 재판에서 고려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기자 서혜준,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