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검찰, 북 가상화폐 계좌 몰수 절차 막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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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사이버 범죄로 탈취한 가상화폐 계좌 280개에 대한 미국 정부의 몰수 절차가 막바지에 접어들었습니다. 미국 연방 검찰이 재판부에 궐석 판결을 요청함에 따라 최종 몰수 판결이 이뤄질 전망입니다. 이경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연방 검찰은 북한의 가상화폐 계좌 280개 몰수 소송에 대한 소유권을 북한 해커 등 어떤 누구도 주장하지 않았다면서, 재판부에 '궐석 판결'(Default Judgment)을 통해 미국 정부가 최종적으로 이들 계좌의 소유권을 갖게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25일 미국 워싱턴 DC 연방법원 기록에 따르면, 연방 검찰은 22일 원고 미국 정부를 대신해 북한의 가상화폐 계좌 280개에 대한 궐석 판결 요청 문건(United States' Motion for Entry of Default Judgment)을 법원에 제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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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미국 워싱턴 DC 연방법원 기록에 따르면, 연방 검찰은 22일 원고 미국 정부를 대신해 북한의 가상화폐 계좌 280개에 대한 궐석 판결 요청 문건(United States' Motion for Entry of Default Judgment)을 법원에 제출했다. /RFA Photo


이 문건에 따르면, 연방 검찰은 현재까지 어떤 누구도 280개 계좌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거나 다른 방법 등으로 이번 몰수 소송에 대해 변호하지 않았다면서, 그 결과 미국 정부는 '궐석 판결'을 청구함으로써 이번 소송을 해결하려고 한다고 밝혔습니다. (No potential claimants have claimed an interest or otherwise defended the action. As a result, the United States now seeks to resolve this litigation by moving for a Default Judgment.)

검찰의 이번 조치는 북한 해커 등 누구도 280개 계좌들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원고 미국 정부의 주장에 근거한 '궐석 판결'을 통해 미국 정부가 최종적으로 이들 계좌의 소유권을 갖게 될 전망입니다.

앞서, 지난해 8월 법무부는 북한의 해커들이 운용 중인 가상화폐 280개 계좌에 대해 연방 검찰이 민사 몰수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당시 이 280개 계좌들의 자금은 지난 2019년 미국 정부가 적발한 2건의 해킹 범죄와 지난 2018년 북한의 사이버 범죄 조직이 한국의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탈취한 미화 2억5천만 달러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당시 법무부가 공개한 일부 계좌에만 최소 약 5천만 달러에 이르는 자산이 있었고, 이 계좌를 포함한 나머지 계좌들의 자산은 미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현재 동결된 상태입니다.

이에 연방 검찰은 지난해 10월 1일부터 해당 공고를 30일 연속으로 게시하며 몰수 소송 절차를 진행 중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몰수 소송 절차에 따르면, 재판부는 해당 자산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청구인 여부를 약 30일 동안 확인하는데, 30일을 포함해 약 60일간 누구도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으면 해당 자산은 최종 몰수 판결이 내려지게 됩니다.

이에 따라 '궐석 판결'이 진행될 경우 원고 미국 정부 측에 최종 승소 결정이 내려져, 280개 계좌의 소유권은 미국 정부가 갖게 될 전망입니다.

이와 관련, 25일 미국 법조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궐석 판결'을 통해 최종 승소한 후 280개 계좌의 소유권을 갖게 된다면, 북한 추정 해커들로부터 가상화폐 탈취 피해를 받은 피해자들 등이 미국 정부에 피해 금액 만큼에 대한 소유권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 미국 정부가 몰수 소송을 통해 압류조치했던 북한 자산의 소유권을 북한 정권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이들이 인정받은 사례가 있습니다.

앞서, 미국 검찰은 지난 2019년 석탄을 불법 운반하다 적발됐던 북한 선박 '와이즈 어니스트'(Wise Honest)호를 최종 몰수했습니다.

당시 북한에서 혼수상태에 빠진 뒤 미국으로 돌아와 사망한 오토 웜비어 씨의 가족과 북한에 납치돼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김동식 목사의 가족들이 '와이즈 어니스트'호의 소유권을 주장해 이를 인정받은 바 있습니다.

이번 소송과 관련해 미국 민간연구기관인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사이버전문가인 매튜 하 연구원은 2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법무부가 북한 해커와 관련된 자금을 몰수하고, 돈세탁 활동을 억제하는 노력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미국 사법당국의 이러한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북한 해커들의 가상화폐 돈세탁, 온라인상에서 탈취한 자금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등의 각종 수법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 연구원: 법무부나 관련 미국 정부 기관들은 가상화폐 계좌 280개를 몰수하는 것 이상으로, 북한 해킹 조직 관련 새로운 정보를 활용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 정부 기관들이 북한 해커와 연계된 조직들, 그리고 가상화폐를 통한 돈세탁 활동 정보를 은행이나 관계 당국과 공유한다면, 북한 사이버 부대의 자금 탈취를 막는 핵심 방어선이 추가로 구축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