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FT “북 암호화폐 자금세탁 주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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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세계 금융기관과 기업들 간의 자금거래를 위한 연결망을 제공하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 '스위프트'(SWIFT)가 북한 해킹그룹이 암호화폐를 이용한 자금세탁에 나서고 있다며 주의를 촉구했습니다. 이상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스위프트는 2일 영국의 다국적보안기업인 'BAE시스템'에 조사를 의뢰해 발표한 자금세탁 보고서에서 암호화폐를 통한 자금세탁은 전신송금 등 전통적인 자금세탁에 비해 액수가 상대적으로 적지만 최근 두드러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이어 암호화폐 자금세탁은 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돈세탁 최고 위험지역'으로 지정된 국가들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북한의 해킹단체인 '라자루스'가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암호화폐를 탈취한 뒤 이를 세탁한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라자루스가 거래소에서 훔친 암호화폐를 다른 거래소들로 보내면 라자루스와 결탁된 이른바 '동아시아 촉진자(East Asian facilitators)'들이 라자루스를 대신해 암호화폐를 받아 자신들의 다른 암호화폐 계좌로 옮겨 놓으면서 자금세탁을 시작합니다.

촉진자들은 이어 이 자금 중 일부를 자신들의 거래소 계좌와 연계된 은행구좌로 보내 현금으로 바꾸거나 일부는 암호화폐인 '비트코인' 구매용 선불(prepaid) 상품권을 사는 식으로 자금세탁을 합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법무부는 지난달 27일 북한 해커들이 2억5천만 달러를 탈취하는데 이용한 암호화폐 계좌 280개를 몰수하는 민사 몰수소송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이 몰수소송은 지난 3 월 북한 범죄자들이 암호화폐 거래소 해킹을 통해 암호화폐 2 억 5 천만 달러를 탈취한 사건과 관련해 발표됐던 형사, 민사소송에 따른 것입니다.

당시 미국 법무부와 재무부는 북한 해커들이 암호화폐 거래소로부터 탈취한2억5천만 달러 중 1억 달러를 세탁하는 데 도움을 제공했다는 혐의로 중국인 티안 인인(Tian Yinyin)과 리 지아동(Li Jiadong)을 기소했습니다.

티안과 리는 보고서에서 언급한 '동아시아 촉진자'로 이들은 북한이 2018년 4월 한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훔친 9,100만 달러와 다른 거래소에서 훔친 950만 달러의 암호화폐를 받은 뒤 자신들의 다른 암호화폐 계좌로 전송하며 자금세탁을 시도했습니다.

티안은 이 중 3,400만 달러를 자신의 거래소 계좌에 연결된 중국 은행계좌로 보내 현금으로 인출했고 140만 달러 어치의 비트코인을 나중에 추가 비트코인을 구매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을 사는데 사용했습니다.

보고서는 이처럼 암호화폐를 이용한 새로운 자금세탁 방법을 인식하는 것은 북한 라자루스와 같은 해커 단체들이 자금을 획득할 기회를 줄이게 될 것이라며 주의를 촉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의 블록체인 거래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의 제시 스피로 국장은 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은 암호화폐를 이용해 자금세탁을 하는 세계 최대 국가라고 주장했습니다.

스피로 국장: 암호화폐를 통한 자금 세탁에서 북한은 세계 최대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매우 정기적으로 다른 국가나 단체보다 더 자주 이런 자금세탁을 하고 있습니다.

스피로 국장은 북한이 2015년부터 현재까지 5년 간 적어도 미화 15억 달러의 가상화폐 자금을 탈취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대북제재 전문가인 안드레아 미하일레슈 애틀란타카운슬 선임연구원은 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이 탈취한 암호화폐가 자금세탁 과정에서 현금으로 인출되는데 이용된 중국 금융기관의 경우 제재 위반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