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의 산림파괴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식량확보가 어려운 것은 물론 환경 대재난마저 우려된다는 지적입니다. 보도에 홍알벗 기자입니다.
지난달 2일은 북한 주민들이 모두 나서 나무를 심는 식수절이었습니다. 식수절 이후에도 북한 당국은 나무심기를 계속 독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산림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에는 몇년 사이에 100만 헥타르 가까운 산림이 사라졌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원을 수용한다는 평양 릉라도 5월 1일 경기장의 5만배에 달하는 면적입니다.
농사 지을 땅이 많이 모자라다 보니 너도 나도 산의 나무를 베고 밭을 일구는 바람에 숲이 사라진 겁니다.
미국 위스컨신대학의 최운섭 지리학 교수는 22일, 북한 농경지 면적이 1990년에서 2000년대 사이에 42%가 늘어났다고 전자우편을 통해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농경지가 늘어난 만큼 숲은 줄어든 겁니다.
최 교수는 또, 북한 내 넓게 펼쳐져 있던 숲들이 작은 조각처럼 쪼개지는 현상도 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산림이 없어지면 땅의 피부라 할수 있는 표토층이 없어지고, 식물은 뿌리를 제대로 내릴 수가 없게 됩니다.
뿌리를 내릴 수 없게 되면 아무리 농작물을 갖다 심어도 잘 자랄 수가 없는데다, 무엇보다 빗물을 붙잡아 저장할만한 풀과 나무가 없어지면서 홍수에 쓸려 내려가 큰 재해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나마 있는 농경지도 모두 물 속에 잠겨 힘들게 지은 농사를 망칠 수 있습니다.
미국의 환경전문지인 ‘E&E News’는 지난 19일 유엔 식량농업기구의 비르 만달 부대표를 인용해, 북한은 산악지대가 많은데다 대부분 비탈이 심하고 나무가 없어 홍수피해가 다른 곳보다 더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사정이 이런데도 북한의 산림훼손 여부에 관한 국내외 연구진의 현지조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편,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이달 초, 봄철을 맞으며 북한의 각급 기관들과 공장, 기업소, 그리고 학교에서 나무심기를 진행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면서 “위에서는 나무를 심으라는 지시만 내리고 묘목과 장비 등 지원을 전혀 해주지 않아 개별적으로 산에 가서 나무를 떠다 옮겨 심다 보니 멀쩡한 나무를 이식하는 과정에서 죽이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혀 북한 나무심기의 허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지난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지나면서 망가진 북한의 산림이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여름철을 앞두고 홍수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한 현지 정밀조사와 함께 장, 단기적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