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사업가들이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에서 사업을 진행한 새로운 정황이 밝혀졌습니다. 이들이 세운 건설회사가 평양에 위치한 '조선백호무역회사'와 연관됐을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지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비영리 국제감시단체 '센트리'(The Sentry)는 14일 '교묘하게 회피하는 자들: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에서 북한의 제재 불복'(Artful Dodgers: New Findings on North Korean Sanctions-Busting in the Democratic Republic of Congo)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센트리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박화성'(Pak Hwa Song)과 '황길수'(Hwang Kil Su)라는 이름의 북한 사업가 2명이 민주콩고에 세운 건설회사 '콩고 아콘데'(Congo Aconde)'를 통해 민주콩고 정부 사업을 진행하며 미국 달러를 벌어들인 새로운 정황을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콩고 아콘데는 2018년부터 2019년 11월 경까지 민주콩고의 루알라바주(Lualaba) 주도인 콜웨지(Kolwezi)에서 동상, 화단 및 인공 폭포로 장식된 공원과 특별 관람석(grandstand)을 건설했습니다.
보고서는 또 민주콩고의 전 대통령인 로랑데지레 카빌라(Laurent-Désiré Kabila)의 동상도 이들이 세웠다는 정황증거를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콩고 아콘데의 설립자인 박화성과 황길수는 2018년 콜웨지의 시장 및 부시장과 도시 미화 사업을 의논하는 모습이 사진에 포착됐으며, 시장실은 당시 이들을 "한국 투자자들(Korean investors)"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보고서는 콜웨지 시정부의 2018년 예산 중 총 미화 10만 2천 달러가 정원, 길가 녹지사업 등 도시 재건에 사용됐으며, 이는 콩고 아콘데의 사업 내용 및 사업 진행 시기와 일치한다고 밝혔습니다.
센트리는 지난 8월 보고서에서도 박화성과 황길수가 민주콩고 오트로마미(Haut-Lomami)주에 동상을 건설했으며, 수도인 킨샤사에서 진행된 공원 조성사업에도 이들이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습니다.
센트리의 존 델오소 선임연구원은 1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민주콩고 정부 지원 사업에 콩고 아콘데가 개입한 것은 분명한 대북제재 위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델오소 연구원: 공공 건설사업, 북한 소유 회사가 유엔 회원국 영토 안에서 운영되는 것, 이들이 정부자금으로 활동한 것 등은 대북제재 결의가 분명하게 금지하고 있는 활동입니다. (Building public works, operating a North Korea-controlled company in a UN member state territory, obtaining government funds to do that work, those things are pretty explicitly prohibited by the sanctions program.)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016년에 채택한 결의 2321호는 대북 무역에 대한 공적 금융지원을 금지하고 있으며, 북한의 동상 공급·판매도 금지했습니다.
아울러, 이번 보고서는 콩고 아콘데가 카메룬에 본부를 둔 아프릴랜드 퍼스트 은행(Afriland First Bank)에서 이전에 밝혀지지 않은 미국 달러 거래 계좌를 보유하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이 계좌는 콜웨지에서의 사업과 연결돼있다는 설명입니다.
센트리는 앞서 8월 보고서에서도 콩고 아콘데가 아프릴랜드 퍼스트 은행에서 미국 달러 취급 계좌를 개설했으며, 당시 이 은행과 연계된 BMCE 국제 은행(BMCE Bank International)의 프랑스 파리 지점을 통해 민주콩고 외부로 자금을 옮길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보고서는 콩고 아콘데가 민주콩고 내 콜웨지, 오트로마미, 킨샤사 등 최소 세 지역에서 정부 사업을 진행하며, 현지 은행을 통해 미국 달러에 접근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유엔과 유럽연합은 앞서 2016년 회원국 내 북한 외교공관과 외교관에게 허용하는 은행계좌의 수를 제한하는 등 북한 관련 은행계좌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습니다.
미국도 같은해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해 북한과의 금융거래를 전면 금지하며, 북한에 유입되는 미국 달러를 차단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번 보고서는 콩고 아콘데가 평양에 위치한 조선백호무역회사와 연관됐을 가능성도 제기했습니다.
콩고 아콘데 내부 문서에 등장한 회사 로고가 지구본 위에 입을 벌린 호랑이가 있는 모습의 조선백호무역회사 로고 모양와 동일하다는 설명입니다.
또 조선백호무역회사의 주요 사업 중 하나가 해외에 조각상이나 동상, 건축 장식 판매라는 점에서 콩고 아콘데와 사업 분야 역시 유사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조선백호무역회사 자체가 국제 대북제재 대상 명단에 오르지는 않았지만, 이들의 해외 활동이 모두 대북제재 위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외에도 보고서는 박화성과 황길수 외에도 콩고 아콘데가 최소 세 명의 북한 국적 직원을 두었다며, 이들은 모두 공식 정부 사업을 위한 여권을 발급받았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의장국인 노르웨이 외무부 측은 15일 콩고 아콘데와 관련한 자유아시아방송(RFA) 논평 요청에 "언론 보도를 통해 이 일을 접했지만 이외에 다른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언급할 것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We have seen this incident referred to in news articles, and have no further information or comments regarding this incid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