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 당국이 평양 변두리 지역에 거주지 등록이 되어있으면서 중심 구역으로 옮겨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을 '410호 대상'으로 규정하고 평양 교외로 추방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양시의 한 주민 소식통은 22일 “요즘 평양에서는 허가없이 외곽지역에서 중심구역으로 거주를 이동한 410호 대상들을 조사하고 있다”면서 “410호 대상은 평양 외곽에 거주지 등록이 되어있는 변두리 지역의 평양시민을 말한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해당 조사는 수뇌부가 자리한 평양의 중심구역에서 행정 질서를 바로 잡으라는 중앙의 지시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면서 “조사 결과 410호 대상으로 지목된 시민은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평양 변두리의 본래 거주지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내가 사는 보통강구역 신원동 아파트에도 평양 외곽의 사동구역 송신동에서 살다가 중심구역으로 이사를 온 사람이 있었는데 이번 조사에서 410호 대상으로 밝혀져 원래 살던 곳으로 쫓겨났다”고 말했습니다.
현지 주민 : "송신(평양변두리)에 사는 사람들이 (중심구역)시내로 들어오려면 들어올 수가 없어요. 시내에다가 거주하겠다고 했을 때 410호 대상에 속한단 말이에요. 410호 대상은 시내에 거주할 수 없어요. 평양시 외곽 사람들을 통칭해서 410호대상이라고 해요. 평양시내는 410호대상이 없는데 시외 사람들은 410호대상이라고 해서 (중심구역에)거주를 못하게 해요. 지방사람들이 평양에 거주 못하듯이 (평양)시외 사람들은 시내에 거주 못해요."
평양시 행정구역은 18개 구역과 두 개의 군으로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중구역, 보통강구역, 대성구역, 평천구역, 모란봉구역, 서성구역, 선교구역, 동대원구역, 낙랑구역, 대동강구역은 행정적으로 평양 중심구역으로 분류됩니다.
반면, 사동구역, 역포구역, 삼석구역 등과 강남군, 강동군은 평양 외곽으로 분류되어 해당 지역 주민들은 행정적으로 410호 대상이어서 평양시민증은 갖고 있지만 ‘하층시민’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평양시의 또 다른 소식통은 같은 날 “평양 선교구역에서도 410호 대상으로 분류되는 평양시민이 불법적으로 아파트를 사서 거주하고 있다가 당국에 적발되어 아파트를 회수(몰수)당하고 본래 살던 곳으로 쫓겨갔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하지만 평양시 인민위원회에 1만달러 이상의 충성자금을 공식적으로 바치면 410호 대상이어도 중심구역에 거주하는 것이 허용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다시 말해 거주등록 자체가 외곽에서 중심구역으로 옮겨져 중심구역 거주권이 합법적으로 부여된다는 설명입니다.
이와 관련 평양시의 한 주민 소식통도 같은 날 “혁명의 수도라고 선전되고 있는 평양에서도 중심구역에서 사느냐 변두리에 사느냐에 따라 같은 시민이라도 상층과 하층 계급으로 인식된다”면서 “이에 평양 외곽에 살고 있는 시민들 중에는 돈을 많이 벌어 중심구역 아파트로 이사하는 방식으로 신분 개조를 시도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원래 김일성시대부터 평양 외곽에 거주등록이 되어있는 주민은 행정적으로 410호 대상으로 규정되어 있어 중심구역에 거주가 안 된다”면서 “이 때문에 평양 외곽 시민들 중에서 돈이 많으면 공식적으로 충성자금을 바치고 중심구역에 거주하지만, 돈이 많지 못하면 사법기관과 인민위원회 간부들에 2천달러 정도의 뇌물을 주고 중심지역으로 옮겨 거주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그런데 이번에 당국이 평양 중심구역 질서를 바로잡는다며 뇌물을 바치고 불법으로 이사해 거주하는 410호 대상들을 평양 외곽으로 쫓아내고 있어 주민들 속에서는 평양시민마저 상층, 하층으로 차별하는 당국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소식통들은 평양에서 중심구역과 변두리 지역은 전기와 식량 등 국가공급에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집 가격도 약 열배 가량 차이가 난다고 전했습니다.
평양 시민들은 매달 기초식품을 공급받는데, 중심구역은 사탕, 기름, 달걀 등 식료품 공급이 잘되지만 외곽은 된장, 간장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자 손혜민,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