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은 굶주리는데…복날 단고기집에 줄을 잇는 북 간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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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요즘 북한 주민들은 식량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는데 권력을 쥔 일부 간부와 돈주들은 복날 단고기(개고기)집을 찾아다니며 몸보신에 여념이 없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 청진시의 한 주민 소식통은 18일 “요즘 쌀, 강냉이(옥수수), 밀가루 등 식료품 가격이 상승하면서 식량부족에 시달리는 주민들의 한숨 소리가 높다”며 “하지만 먹고 살 걱정이 없는 일부 간부들과 돈주들은 삼복 기간에 접어들자 단고기(개고기)집만 찾아다니며 몸보신에 여념이 없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작년 여름부터 청진 포항광장에 조선(한옥)식 2층 건물로 꾸려진 ‘경성단고기집’이 운영되고 있다”며 “초복이 시작되면서 ‘경성단고기집’은 단고기를 먹으러 온 사람들로 흥청거리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경성단고기집’은 평양 통일거리에 있는 ‘평양단고기집’ 다음으로 우리나라에서 규모가 큰 단고기 전문 식당이다”라면서 “‘경성단고기집’이라는 명칭도 함경북도에 올 때마다 경치 좋은 경성 특각에 머물며 단고기장(탕)을 대접받은 김정일이 지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외국에서는 단고기(개고기)를 먹지 않는다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단고기장이 여름철 몸보신에 특효로 알려져 있다”며 “우리나라에는 오뉴월 단고기장은 발등에 떨어져도 약이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하지만 일반 주민들은 단고기장이 아무리 몸보신에 좋다고 해도 단고기장 한 그릇 먹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단고기 가격이 돼지고기 가격의 두 배에 달하고 단고기장, 단고기등심찜, 단고기갈비찜 등 여러 단고기 요리 중에서 제일 가격이 눅은 단고기장도 한 그릇에 1만 2000원(미화 1.70 달러)으로 쌀 2킬로 가격과 맞먹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경성단고기집’ 외에도 청진시에 단고기장을 하는 식당이 꽤 있다”며 “당간부, 검사, 안전원, 보위원 등 권력있는 사람들은 남의 눈에 띄는 것이 싫어 대중식당보다 개인이 운영하는 ‘개장집’을 더 즐겨 찾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같은 날 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도 “여름철에 단고기가 건강에 좋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며 “하지만 대부분의 주민들은 일년 내내 단고기장 한 그릇도 먹을 수 없는 형편이다”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의주군에도 단고기장을 하는 식당이 여러 곳 있다”며 “초복날이었던 지난 16일 5년 만에 처음으로 열병으로 고생해 건강이 쇠약해진 어머니를 모시고 단고기장을 잘한다는 한 식당을 찾았는데 식당에 온 사람 대부분이 당간부, 안전원, 보위원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어머니가 치아가 좋지 못해 단고기장 한 그릇을 드시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식사를 먼저 마친 사람들이 사라지고 새로 식당에 들어온 사람들도 내가 얼굴을 알 수 있는 꽤 알려진 의주군 내 간부들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일반 주민들은 식량을 비롯한 식료품 가격이 너무도 비싼데다 마땅히 돈벌이 할 방법이 없어 지금 아우성이다”라면서 “장사 등 돈벌이를 위해 전전긍긍하지 않으면서도 복날 몸보신을 위해 비싼 단고기장을 먹으러 줄지어 찾아오는 권력 있는 자들을 보면서 허탈감이 들었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