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당국이 무역, 제조, 유통, 판매의 주도권을 시장에서 국가로 환수하면서 국가가 통제하는 경제로의 대전환을 꾀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일본의 언론매체 ‘아시아프레스’가 11일 서울에서 주최한 ‘북한 최신 정세 세미나’.
이시마루 지로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 대표는 이날 행사에서 북한 내부 소식통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북한 당국이 무역, 제조, 유통, 판매의 주도권을 시장에서 국가로 환수하고 그 수익을 독점하기 위한 경제 정책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아시아프레스 오사카사무소 대표:수출입, 제조, 유통, 판매 주도권을 시장에서 국가로 환수한다. 거기서 돈벌이가 되니까 국가가 수익을 창출하자는 생각일 것이라고 봅니다.
특히 북한이 신형 코로나 사태 이후 본격적으로 식량 판매를 국영 양곡판매소로 제한해 식량 유통의 주도권을 시장에서 탈환해 국가전매제를 추진하려 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또 공장, 기업소들이 배급제를 부분적으로 부활시킨 동향이 파악됐다며 배급 식량의 재원은 공장, 기업소가 ‘자율경영’을 통해 독자적으로 수익을 창출해서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당국이 지난해 말 각 직장, 조직에 노임을 연초에 비해 일제히 10배 이상 대폭 인상할 것을 지시했다며 당국의 시장 통제로 개인의 현금 수입이 대폭 줄어든 상황에서 주민들 사이에선 직장에 다녀야 식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해졌다고 전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아시아프레스 오사카사무소 대표:개인의 현금 수입이 많이 줄어들면서 직장에 다녀야 된다는 분위기가 1-2년 사이에 생겼답니다. 나가봤자 장사도 못하게 하니 출근해야 식량을 확보할 수가 있다는 분위기가 심해졌다고 합니다.
아울러 과거에는 중국에 거래할 수 있는 대방 혹은 친척이 있으면 무역회사를 만들 수 있을 정도였지만 지난 2019년경부터 북한은 무역회사의 재량권을 축소하고 국가무역을 본격화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북한의 경제정책 전환은 결국 체제 안정과 4대 세습을 위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며 그 부작용으로 북한 주민들이 희생당했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신형 코로나 사태 이후 국경 봉쇄와 시장 활동 위축으로 북한 내 인도주의 위기가 매우 심각했다는 지적입니다.
김병연 서울대학교 석좌교수도 북한의 이러한 경제정책 전환의 목적은 사회주의 경제 복원이며 이를 통한 김정은의 권력 유지라고 평가했습니다.
김병연 서울대학교 석좌교수:결국 북한 김정은의 권력 유지가 목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즉 시장이 이대로 계속 가게 되면 사회주의가 침식되고 북한 주민의 의식이 자본주의로 바뀌게 되고 남한 문화가 들어가서 밑에서부터 권력이 흔들린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 북한은 핵 개발과 경제 건설을 병행하려 했지만 실제로는 핵 개발로 인해 경제가 망가진 상태라며 사회주의 경제 복원을 통해 경제 개선 혹은 버티기를 시도하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김병연 서울대학교 석좌교수:원래는 핵·경제 병진을 하려고 했는데 핵·경제 상충이 돼버렸습니다. 핵은 가졌는데 경제는 망가진 것이죠. 그럼 어떻게 경제를 살릴 것이냐. 일단 사회주의를 살려보자. 자본주의로 가선 안 되겠다 … 사회주의 경제를 복원해서 버티면 미국이 할 수 없이 북한의 핵을 인정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을 겁니다.
그러면서 북한 당국이 물가 상승을 촉발하지 않고 대폭 인상된 노임을 주민들에게 계속 지급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며 국가 주도 무역, 대러 무기거래, 사이버 해킹 등을 통해 노임 인상분을 충당할 자금을 외부에서 확보할 수 있겠지만 역부족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도 대북제재가 지속되는 가운데 북한 당국이 안정적인 배급을 실시하고 임금을 지불할 자원을 확보해 사회주의 경제로 회귀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진단했습니다.
또 북한 지도부가 이러한 현실을 모를 것 같지 않다며 북한의 경제 정책은 시장 활성화와 시장 통제 사이를 끊임 없이 오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제 생각에는 북한 지도부가 시장 활성화와 시장 통제 사이에서 끊임없이 왔다 갔다 할 것입니다… 제재로 인해서 내부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통로가 다 막혀 있는 상황에서 북한 정권이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경제정책 전환을 시도한다고 해서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상당히 회의적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