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으로 디젤유 등잔 쓰는 북 농촌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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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심각한 전력부족을 겪고 있는 북한의 농촌지역에서는 조명용 밧떼리(배터리) 충전도 불가능해 옛날에 사용하던 석유(디젤유) 등잔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 경원군의 한 주민 소식통은 5일 “큰 도시는 모르겠지만 농촌지역은 겨울이 시작되면서 정전이 잦다 못해 며칠씩 전기가 전혀 공급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조명용으로 준비한 소형 밧떼리마저 제대로 충전할 수 없어 디젤유 등잔을 쓰는 집들이 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설명절인 1일과 2일에는 하루에 전기가 8시간 정도 공급되었지만 그후부터는 전기가 전혀 공급되지 않고 있다”며 “전기사정이 하도 열악하다보니 농촌에서는 대부분의 집들이 자체로 보유하고 있는 축전지(배터리)를 통해 조명을 해결하고 있긴 하지만 전기가 언제 공급될지 모르므로 밥 먹을 때나 꼭 필요할 때에만 조명을 켜 축전지의 전기를 최대한 아껴 쓰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도시나 읍에는 자동차에 쓰는 큰 축전지를 가지고 있거나 태양빛 전지판을 설치한 집들도 있지만 농촌에는 그런 수준의 집이 별로 없다”며 “일반적으로 오토바이용 밧떼리를 많이 가지고 있는데 용량이 작은 축전지는 아무리 아껴 써도 일주일 정도 조명을 켜는데도 부족하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마저도 부족하거나 없는 집들은 ‘고난의 행군’ 때처럼 디젤유 등잔을 사용하고 있다”며 “요즘은 어디에 가도 축전지는 물론 초도 구할 수 없다 보니 캄캄한 어둠속에서 생활하지 않으려면 디젤유 등잔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여름에는 그런대로 공급되던 전기가 겨울만 되면 공급되지 않는 현상은 수십 년동안 계속 반복되고 있는 고질적인 현상”이라면서 “그 이유는 수력발전에만 의존하다보니 비가 적게 오는 겨울이 되면 수자원 고갈로 수력발전소들이 전력을 충분히 생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 용천군의 한 주민소식통은 5일 “여기도 탈곡이 끝나자 전기공급이거의 중단되었다”면서 “늘 그랬듯이 탈곡을 마친 겨울에는 아예 전기불을 볼 생각을 접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우리 집은 오토바이 축전지를 2개 가지고 있어 한동안은 견딜 수 있지만 축전지의 수명이 다 되었는지 만충전을 해도 오래 가지 못한다”며 “다른 집들도 사정은 거의 비슷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정전이 3일만 이어지면 축전지를 어디 가서 충전을 해야 할지 걱정부터 앞선다”며 “아예 축전지가 없거나 축전지가 있어도 충전을 제대로 할 수가 없어 디젤유 등잔을 켜는 집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우리 집도 지금 사용하고 있는 축전지 수명이 다 되면 연기와 그을음이 많이 나더라도 디젤유 등잔을 켜는 수밖에는 없을 것 같다”며 “한해 만이라도 전기 걱정이 없는 곳에서 살아보는 것이 소원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