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연말을 맞아 북한에서 올해 부분별 연간 총화를 앞두고 각 도별 전기 교방검열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전기를 공급하고 검열을 하라며 불만을 토로한다는 소식입니다. 북한 내부 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계획 총화 사업이 예상되는 가운데 도별 전기 교방검열이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교방검열이란 각 도에서 타 도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검열로 내부의 이해관계나 봐주기를 배제하고 엄격히 진행됩니다.
예를 들어, 양강도가 함경남도, 황해남도가 평안북도, 자강도가 양강도 등 서로 다른 도를 검열하는 것으로 양측간 ‘봐주기식’ 검열을 피하기 위한 검열 방법으로 도 배전부, 도 중소형발전위원회 성원들에 의해 실시됩니다.
그러나 이 같은 교방검열 소식에 주민들은 며칠에 한 번도 볼 수 없는 전기를 놓고 검열 놀음이냐며 비판하고 있습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을 위해 익명 요청)은 29일 “지난 22일부터 함경북도와 함경남도와의 전기 교방검열이 시작됐다”면서 “각 기관에 배전되는 전기를 훔쳐 개인 사익을 채운 대상을 적발해 처벌(벌금)하는 것이 검열의 목적”이라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또 “이번 교방검열은 각 도 배전부 성원들과 도 중소발전소 위원회 성원 40여 명이 한 조로 파견되고 현지에서는 82연합지휘부와 합동으로 검열을 벌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검열 대상은 공공기관, 생산 단위는 물론 일반 주민 세대도 포함됩니다.
그러나 “주민들은 교방검열을 통해 국가 전기를 훔쳐쓰는 연결고리를 끊겠다는 당국의 입장에는 부정적”이라면서 “전기를 빼돌릴 때는 이미 해당 기관 관계자와 짜고 빼돌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아는 배전부나 공공기관 직원에 인민폐 월 100위안을 주고, 전기선에 연결하는 방식으로 전기를 빼돌리는 식입니다.
보통 북한에서 전기가 정상적으로 공급되는 곳은 도당위원회와 도 인민위원회, 도 검찰소 같은 사법기관이나 병원 등으로 이 기관의 관계자들과 미리 짜고 전기를 빼돌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식통은 “돈 없고 힘 없는 주민들은 전기를 공급하지 않으면 캄캄한 밤에도 등잔불을 켜고 일상을 보낸다”면서 “한 달에 몇 시간도 전기를 공급하지 않으면서 복잡하게 도별 교방검열까지 벌이는 당국의 행태를 비난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타도에 있는 사람들로 검열을 진행하면 안면 관계가 없어 불법 전기 사용은 적발하겠지만 근본적으로 전기 생산량이 부족한데 검열한다고 공장 기업소들에서 밀린 연간 계획생산을 보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주민 소식통(신변 안전을 위해 익명 요청)은 30일 “일주일 전부터 양강도 일대에 도별 전기 교방검열이 시작돼 자강도에서 전기기술자 및 배전부 소속 검열성원들이 파견됐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특히 “이번 일주일간의 도별 교방검열에서 양강도가 계획된 전력 소비를 초과한 것으로 드러나 많은 공장에 검열 딱지가 붙었다”면서 “간신히 돌아가던 혜산기초식품공장과 혜산신발공장마저 전력 소비를 초과했다며 멈춰 세웠다”고 밝혔습니다.
또 “교방검열은 주로 공공기관에 공급되는 전기를 빼돌려 쓰는 행위를 처벌하겠다고 시작한 것”이지만 “검열성원들은 각 인민반도 다니며 주민 세대의 적산전력계(전기계량기)를 검사하여 미납된 전기세가 없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부 주민들은 검열성원에게 ‘전기를 얼마나 공급했기에 초과 소비했다고 난리냐’며 반발하고 있으며 일주일에 한 번 또는 두 번씩, 하루에 겨우 한 시간 정도 공급하던 전기마저 교방검열이 시작되고 다 끊어버렸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면서 “적산전력계가 있는 세대는 한 달에 3천~5천 원(북한 돈, 0.35~0.59달러) 정도의 전기세를 분기별로 계산해 내야 하지만, 적산전력계가 없는 세대는 매달 전기가 거의 오지 않으면 5천 원, 며칠에 한 시간이라도 공급되면 1만 원(0.59~1.2달러) 을 내야 한다며 적산전력계가 없으면 더 많은 전기를 쓴 것으로 보고 돈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연말이 다가와도 인민생활이 나아진 것이 없자 당에서 공연히 검열 놀음을 벌이며 딴전을 피우는 것이라고 비난한다”면서 “9월부터 3~4일에 한 시간씩 전기를 겨우 공급하더니 이번 선거일(11월26일)에도 정전이 되어 숱한 사람들이 전기가 올 때까지 선거장 밖에 나가 떨어야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