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 함경북도 청진시에는 소위 항일투사 가족과 친척이 거주하는 항일투사촌이 있습니다. 항일투사촌에는 하루종일 전기가 공급되는데 주변 주민들은 당국이 항일투사촌에만 전기를 특별 공급하는 데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13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연말을 앞두고 사법당국이 항일투사촌 주변에 거주하며 투사촌 전기를 몰래 끌어다 사용하는 주민세대를 집중 단속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항일투사촌은 청진시 신암동에 자리하고 있다”면서 “국가에서 항일투사촌에 24시간 특별공급하는 전기를 몰래 끌어다 사용하는 주민세대가 늘어나자 당국이 단속에 나선 것이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단속된 주민들을 보면 항일투사촌에 공급되는 특별전기를 코걸이(낚시모양의 갈고리로 전기선을 걸어서 사용하는 것)로 끌어다 몰래 쓰는 경우도 있고, 아예 해당 송배전소에 매달 돈(뇌물)을 내고 사용하는 주민도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이에 사법당국은 송배전소에 돈을 내고 항일투사촌의 전기를 사용한 주민세대는 처벌하지 않으면서 코걸이를 사용해 전기를 훔쳐(도전) 사용한 주민만 단속해 조서(자백서)를 쓰도록 하였다”고 말했습니다.
조서는 항일투사촌에 공급되는 국가전기를 개인전기로 도용했으므로 불법을 인정한다는 내용이어서 해당 조서에 손도장을 누른 주민들이 앞으로 어떤 처벌을 받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같은 날 함경북도의 또 다른 소식통도 “청진시 신암동에는 항일투사 자녀들과 친척들이 모여 사는 낮은 아파트가 밀집된 항일투사촌이 있다”면서 “이곳에 살고 있는 투사계(투사들의 친인척)는 주로 김정숙(김일성의 부인•김정은의 할머니)의 친인척들이다”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투사촌에는 국가에서 특별히 전기와 수돗물을 24시간 공급하고 있다”면서 “이에 일부 도당 간부들과 돈주들이 2000년대 중반부터 투사촌 주변에 살림집을 짓고 거주하기 시작해 지금은 30세대가 들어섰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투사촌 주변에서 살고 있는 간부들은 권력을 이용해 투사촌 전기를 무료로 사용하지만 돈주들은 송배전소에 매달 100위안을 내고 투사촌에 공급되는 국가전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투사촌 전기를 사용하는 간부들과 돈주들이 늘어나자 그 옆 마을에서 살고 있는 주민들도 간부들과 돈주들의 살림집 지붕위로 늘어져 있는 투사촌 전기선과 연결되어 있는 전기선에 코걸이를 걸고 전기를 훔쳐 가정의 조명을 해결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전기 가로채기로 항일투사촌 전압이 약해지자 북한당국이 항일투사촌 전기를 불법 사용하는 주민 단속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런데 권력과 돈으로 투사촌의 국가전기를 불법으로 사용하고 있는 간부들과 돈주들은 다 빠져나가고 코걸이 전기를 사용하던 주민들만 단속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소식통은 “코걸이로 투사촌 전기를 불법 사용했다는 ‘죄’로 사법당국에서 조서를 쓴 주민들은 나라에서 일반 주민들에게도 전기를 정상 공급했으면 왜 코걸이로 전기를 훔쳐 쓰겠냐”면서 “항일투사 친척들만 사람이냐, 간부들과 돈주들만 사람이냐, 왜 권력과 돈으로 전기를 쓰는 간부들과 돈주들은 놔두고 돈 없고 힘 없는 주민들만 단속하냐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자 손혜민, 에디터 오주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