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북한 일부 주민들이 통용되는 외화에 따라 지역을 구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과거 북한의 주민들은 지리적 특성에 따라 지역을 구분해 왔는데 지난해부터 이러한 지역 구분이 사라져 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금은 통용되는 외화에 따라 지역을 구분하고 있다고 복수의 양강도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5일 “집단생활에서 많이 사용되던 앞지대와 내륙지대, 산간지대라는 지역 구분이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며 “대신 ‘딸라(달러)지대’와 ‘민폐(중국 인민폐)지대’라는 말이 지역을 구분하는 새로운 기준으로 유행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코로나 이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흔히 지리적 특성에 따라 앞지대와 내륙지대, 산간지대로 지역을 구분해 왔는데 앞지대는 길주 이남의 벼농사를 짓는 지역을 뜻했다”며 “길주 이북의 압록강과 두만강을 끼고 있는 지역은 산간지대로 불렸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산간지대는 기온이 낮아 벼농사가 어렵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며 “청진과 혜산, 강계와 같이 북부 고산지대에 자리 잡은 도시들이 산간지대에 속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지대는 평양과 원산, 해주와 같은 도시가 속했다”며 “벼농사를 짓지만 바다가 없는 지역을 내륙지대라고 불렀는데 사리원과 개성, 순천이 내륙지대 도시”라고 소식통은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딸라지대’와 ‘민폐지대’라는 표현은 지난해 군인들 속에서 유행하기 시작해 지금은 사민(민간인)들도 널리 사용하고 있다”며 “‘딸라지대’는 내화(북한 화폐) 대신 미국 달러를 기본 화폐로 사용하는 함흥 이남지역이고 ‘민폐지대’는 내화 대신 중국 인민폐를 많이 사용하는 함흥 이북 지역”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평양을 중심으로 함흥 이남 지역은 내화 대신 달러를 많이 사용하는 반면 국경과 가까운 함흥 이북 지역은 내화 대신 중국 인민폐를 많이 사용한다”며 “달러는 매일 시세가 바뀌는 반면 중국 인민폐는 시세 변동이 심하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때문에 ‘딸라지대’에 사는 사람들은 환율에 매우 민감하고 ‘민폐지대’에 사는 사람들은 환율에 그다지 민감하지 않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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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지식인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6일 “요즘은 ‘딸라지대’와 ‘민폐지대’라는 말과 함께 ‘딸라계층’, ‘민폐계층’이라는 말도 크게 유행하고 있다”며 “‘딸라계층’은 권력으로 부를 축적한 간부들이고, ‘민폐계층’은 장사로 부를 축적한 ‘돈주’들”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우리나라(북한)의 고위층들은 대부분 평양에 집중돼 있는데 이들은 과거부터 뇌물로 미국 달러를 받던 습관이 있다”며 “때문에 달러는 평양에 집중돼 있고, 평양을 중심으로 한 장사 거래에 주로 달러가 쓰이게 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돈주’들은 지방의 도시들에 분산돼 있는데 이들은 주로 중국 상품을 통한 장사로 부를 축적했다”며 “그러다 보니 달러보다 중국 인민폐를 선호한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함흥 이남이 “딸라지대”로, 함흥 이북이 “민폐지대”로 나뉜 이유에 대해 소식통은 “함흥 이남은 주로 평양에서 생산된 상품들로 장사를 하다 보니 달러를 많이 쓰고, 함흥 이북은 국경으로 넘어온 중국 상품들로 장사를 하다 보니 중국 인민폐를 많이 사용하게 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딸라지대”와 “민폐지대”라는 말이 군인들 속에서 먼저 유행한 이유에 대해서도 소식통은 “군 간부들이 외화를 뇌물로 받던 데서 비롯됐다”며 “함흥 이남 출신 병사들은 뇌물로 달러를 바치는 반면 함흥 이북 출신 병사들은 뇌물로 중국 인민폐를 바쳤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소식통은 “과거 산간지대라는 표현이 ‘촌놈’을 뜻하고, 앞지대가 ‘약아빠진 자’를, 내륙지대가 ‘속이 꽉 막힌자’를 뜻했던 것처럼 ‘딸라지대’와 ‘민폐지대’도 지역 차별 감정이 숨겨져 있다”며 “‘딸라지대’는 ‘거만하다’는 뜻이, ‘민폐지대’는 ‘촌놈’이라는 뜻이 숨겨져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코로나 이전까지 달러나 중국 인민폐는 어느 지역에서나 통했다”며 “하지만 코로나 이후 환전꾼들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고 달러와 중국 인민폐 사용을 강력하게 통제하면서 함흥 이남은 주로 달러가, 함흥 이북은 주로 중국 인민폐가 통하게 되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에서는 코로나 이후부터 외화 단속이 강화되었지만 코로나 시기엔 주민들의 통행이 금지되고 장마당 운영도 제한되어 단속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경기가 조금씩 살아 나면서 달러와 인민폐 사용량이 늘고 북한 화폐는 다시 사용량이 줄었습니다.
이처럼 코로나 이후 외화 단속이 강화된 것이 달러와 인민폐 사용 지대로 나누어진 가장 중요한 이유로 알려졌습니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지역별로 사용이 쉬운 외화로 굳어지다 보니 달러 지역과 인민폐 지역으로 구분이 됐다는 게 소식통들의 전언입니다. 두가지 화폐를 가지고 환율까지 따지며 거래를 하기보다 자신들에게 익숙한 화폐로 거래를 하게 된 것이 달러지역과 민폐지역으로 나누어진 원인이라는 겁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