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일부지역에서 물물교환식 거래 성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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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북한 일부 지역에서 도시주민들이 직접 집에서 수제품을 만들어 농촌지역에서 식량이나 채소와 맞바꾸는 이른바 물물교환이 성행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소득이 없는 도시 주민들이 재활용 자재를 총동원해 동복이나 이불(침구)등을 만들어 농촌 지역에 나가 식량과 바꿔 연명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북한내부 소식 박정연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 청진시 포항구역의 한 주민소식통은 7일 "국경봉쇄조치로 중국으로부터 원단 수입이 차단되면서 청진시 곳곳에 있는 의류봉제 공장들이 모두 문을 닫아 겨울 동복이나 이불 등 침구가 매우 부족하다"면서 "이에 쓰다 남은 자투리 원단과 재활용 원단까지 모두 동원해 솜을 넣고 누빈 동복이나 솜이불을 만들어 파는 장사꾼들이 늘어 났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도시 주민들은 웬만한 사람들은 겨울 동복을 마련했으나 주변 농촌지역 주민들은 미처 동복과 솜이불을 마련하지 못해 추위에 떠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이에 착안한 도시의 옷장사꾼들이 농촌지역을 돌며 겨울 옷이나 이불 등을 주고 돈 대신 식량을 받아 가족들의 식생활을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옷이나 이불 장사꾼들이 도시가 아닌 농촌으로 몰리는 이유는 농촌 지역에는 아직도 동복(패딩)이나 이불, 방한용 카텐(커튼)과 같은 월동 용품이 태부족이기 때문"이라면서 "지금은 농촌, 도시 할 것 없이 모두가 어려운 시기이지만 그래도 농촌에는 가을에 탈곡한 알곡이 남아 있기 때문에 현금이 없는 농민들은 물물교환으로 필요한 물건을 장만하려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반면 도시주민들은 동복이나 카텐, 이불 등을 수년 전에 미리 장만한 사람들이 많아 수요가 그리 높지 않다"면서 "국경봉쇄로 장사 길이 막힌 도시주민들로서는 쓰던 원단이나 솜을 틀어서라도 집에서 자체적으로 옷과 침구를 만들어 식량과 바꾸는 일이 더 절실하기 때문에 농촌으로 몰려가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포항구역에 사는 한 지인은 그동안 수입원단으로 옷이나 이불 등 생활용품을 만들어 팔아 꽤 여유 있게 살았는데 원단수입이 끊기자 생계대책이 막연해졌다"면서 "여기저기서 모은 중고 자재와 재활용원단으로 옷과 침구류를 만들어 청진시에서 100리나 떨어진 승원리, 련진리, 부거리 등 농촌 지역을 돌며 동복과 이불을 주고 월동 식량을 어느 정도 마련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 혜산시의 한 주민소식통은 6일 "요즘 혜산시에서는 장사꾼들이 농촌에 나가 재활용 생필품과 식량을 맞바꾸는 물물교환식 장사가 유행하고 있다"면서 "장마당 돈벌이가 여의치 않은 도시 주민들이 저마다 재활용 원자재를 이용한 다양한 생필품을 만들어 농민들을 찾아가 식량과 맞바꾸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요즘 농촌에서 가장 요구되는 제품은 누빔 동복과 솜바지이며 재활용 원단과솜을 넣어 누빈 제품의 가격은 내화 3만원부터 10만원까지 다양하다"라면서 "돈이 없는 농촌 주민들은 필요한 상품을 콩이나 강냉이, 팥, 남새 등을 제품 가격으로 계산해서 주고 거래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혜산뿐 아니라 다른 도시에서도 장마당 장사로 먹고 살던 주민들이 장사가 거의 안돼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다"면서 "그나마 알곡을 비축하고 있는 농촌지역을 돌며 재활용 제품이라도 팔아 식량을 구입하지 않으면 식구가 굶을 수밖에 없는 절박한 사정에 있는 세대가 도시에는 상당히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당국에서는 세계적인 보건위기 상황의 장기화로 나라의 경제가 엄혹한 환경에 중첩되고 있다는 것을 인민반회의나 강연회를 통해 계속 강조하고 있다"면서 "그 뿐 아니라 3대혁명소조니, 자력갱생이니 하면서 주민들을 옥죄는 데에만 힘을 쏟으면서 주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는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어 주민들은 그 어느 해보다 더 힘겨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박정연,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