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당국의 농촌지원'총동원령'에도 불구하고 농촌 노동력 부족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당국이 농촌지원 총동원령을 선포하고 각 공장 기업소, 교육 부문과 여맹조직들에 지원 노력(노동력) 현지 파견을 지시했습니다. 그러나 농촌 현지에서는 당장 농사에 필요한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고 복수의 양강도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양강도 농업부문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2일“내각 농업위원회가 5월 3일, ‘온 나라가 힘을 합쳐 모내기와 김매기를 앞당겨 끝내자’라는 제목의 농촌지원 총동원령을 발표하고 5월 5일부터 25일까지 한 달을 농촌지원‘총동원 기간’으로 선포했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날 농촌에 모든 인력을 집중할 데 대한 중앙당(노동당 중앙위) 조직지도부의 지시도 함께 내려왔다”면서“농촌지원 대상도 지방의 기관 기업소 근로자들과 사무원들, 여성동맹 조직과 청소년학생들, 농촌 주변 인민군 부대들로 지정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당, 사법기관, 연구기관과 생산기업소들도 당장 필요한 인력을 제외한 모든 인원을 농촌에 내보내라는 것이 중앙의 요구”라면서“현재 생산을 하고 있는 혜산강철공장과 신발공장도 부기원과 경리 과장을 제외한 비생산직 직원들을 농촌에 내보내고 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올해 봄이 일찍 시작되면서 북부고산지대인 양강도의 농장들은 예년보다 열흘이나 앞선 4월 25일부터 감자 파종을 시작했다”며“벼가 기본 작물인 내륙지대 농장들도 올해 예년보다 열흘이나 앞선 5월 1일부터 벼 모내기를 시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밭갈이와 씨붙임(파종), 모내기가 예년보다 열흘씩 앞당겨지면서 올해의 농촌 지원도 예년보다 닷새나 앞당겨지게 되었다”면서“가능한 인력을 다 긁어 농촌에 파견하고 있음에도 현지에서는 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명이 계속 쏟아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농촌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13일“농촌 지원이 시작돼 초급중학교(초등) 학생들까지 동원되고 있으나 당장 급한 농사 일정을 맞추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며“농사일은 시간과의 싸움이어서 한번 밀리기 시작하면 걷잡지 못한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봄이 일찍 찾아와도 개인들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5월 5일부터 감자를 심기 시작했다”며“개인들은 감자 심기를 5월 20일에 끝낸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농장들은 날씨가 따뜻해졌다는 구실로 철을 앞당겨 밭갈이를 끝내고 개인들이 감자를 심기 시작한 5월 5일에 감자 심기를 끝내버렸다”면서“농사는 개인들처럼 철에 맞게 지어야지, 철을 앞당긴다고 알곡 생산량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소식통은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밭갈이와 파종을 일찍 시작하면 그만큼 밭에 풀이 빨리 돋기 때문에 김매기 회수가 늘어나게 된다”며“한해에 두번이면 끝내게 될 김매기를 네 번, 다섯 번 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노력도 많이 필요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소식통은 “농촌에 인력이 부족한 원인은 많은 농촌 주민들이 식량이 없어 출근을 못하기 때문”이라며 “지원 노력이 예년보다 훨씬 줄어든 것도 인력 부족의 큰 원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올해 북한의 식량난이 심해 농촌 주민들이 먹을 것이 별로 없는 상황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통상 5월까지 보릿고개로양강도의 경우 봄나물인 시금치는 5월 말이 되어야 캐 먹을 수 있는 데 현재 양강도 혜산 장마당에는 길주 이남에서 생산된 시금치가 1kg에 북한 돈 5천원(강냉이 1.7kg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등아직 식량난이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원 노력이 예년보다 줄어든 원인에 대해 소식통은 “공장, 기업소 근로자들은 모두 평양시 건설과 서해 간석지건설, 단천발전소 건설과 같은 국가 주요 건설에 동원되고, 그나마 남아 있던 35세 미만의 젊은이들은 지방공업공장과 농촌 살림집 건설에 동원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가적으로 한번에 너무 많은 일을 벌려놓고 노력을 빼가다 보니 도시에 인력이 남지 않았다”면서 “현재 도시에 남아 있는 젊은이들은 대학, 전문학교 학생이 전부”라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여기다 농촌 지원을 나온 사람들도 변변히 준비되지 않았다”면서“농촌지원 기간이 한달이어서 한달 분의 식량을 가지고 와야 하나 한주일분, 기껏해야 열흘 분의 식량을 준비해 온데다 부식물은 아예 갖추지도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지금 농촌은 제집 식구들 입에 들어갈 것도 없어 지원자들에게 식량이나 부식물을 보탤 여력이 없다”면서“그런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지원자들은 시간만 채우면 그만이라는 태도로 임하면서 농촌지원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이런 문제들 때문에 국가적인 농촌지원 총동원령에도 정작 농촌 현지에서는 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소리만 높아지고 있다”며“당장 급한 농촌의 노력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농사 일정에 차질을 빚어 올해 농사를 망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