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북 식량생산 10년 새 최저…인구 40% 식량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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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올해 북한 식량 사정이 최근 10년 만에 최악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유엔은 북한 인구의 40%가 식량 부족 상태로 북한의 식량상황이 심각하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경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이 최근 북한 현지 조사 등을 토대로 한 ‘북한의 식량안보 평가’ 보고서가 3일 공개됐습니다.

보고서는 종합적으로 북한 인구의 약 40%인 1010만 명이 식량 부족 상태로, 긴급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 식량 생산량은 약 490만 톤으로 전년도에 비해 12% 감소했습니다.

이는 2008년과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지난해 심각한 가뭄과 홍수, 비료, 농기계 부족 등이 원인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습니다.

이어 보고서는 올해 북한 식량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더 급감한 417만 톤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에 따라 수요량 576만 톤에 비해 159만t이 부족할 것이란 설명입니다.

특히 보고서는 현재 계획된 수입량 20만 톤과 국제기구가 지원하기로 한 2만1200 톤을 고려해도 136만 톤이 부족하다고 분석했습니다.

보고서는 식량생산 급감 전망의 이유로 강수량 부족 등에 따라 6월에 수확할 봄 작물 전망이 좋지 않으며, 수확한 곡물을 운반하고 보관할 연료와 전력이 부족해 수확 후 손실되는 곡물량도 평소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아울러 보고서는 대북 제재가 연료와 비료 등의 수입도 제한하고 있어 농업 생산에 직, 간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고도 밝혀 눈길을 끌었습니다.

두 기구는 3월29일부터 4월12일까지 전문가 8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을 북한에 파견해 식량 상황 실태를 점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다음 주 중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비건 대표는 서울에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비핵화·남북관계 한미 실무협의(working group)’를 열고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과의 대화 재개 방안과 식량지원 문제 등 대북 인도적 사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미국 국무부는 3일 보도자료를 통해 비건 특별대표가 오는 7일과 8일 일본을 방문한 후 9일부터 이틀간 한국을 방문해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FFVD) 북한의 비핵화를 진전시키기 위한 방안을 양국 관리들과 논의할 것이라고만 밝혔습니다.

(U.S. Special Representative for North Korea Stephen Biegun will travel to Tokyo May 7-8 and Seoul May 9-10 to meet with Japanese and R.O.K. officials to discuss efforts to advance the final, fully verified denuclearization of North Korea.)

이날 앞서 국무부 대변인실은 ‘미국의 대북식량 지원 가능성’과 이번 보고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자유아시아방송(RFA) 질의에 “우리는 북한의 식량 부족에 대한 보도들을 알고 있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We are aware of reports of food shortages in the DPRK.)

그러면서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 정권은 불법적인 핵무기 프로그램을 진전시키기 위해 계속해서 자국민들을 착취하고, 굶기고, 방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The DPRK regime continues to exploit, starve, and neglect its own people in order to advance its unlawful nuclear and weapons program.)

이어 그는 “북한 정부는 주민들의 복지에 대해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The DPRK government must take greater responsibility for the well-being of its population.)

이런 가운데, 데이비드 맥스웰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의 식량난 호소는 “국제사회에 제재를 풀어달라고 호소하기 위한 북한 정권의 ‘정보 캠페인’(information campaign)의 일환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했습니다. (I think this is part of an information campaign by the regime to appeal to the international community to lift sanctions.)

특히 그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사찰단에 공개하고 행동을 바꿈으로써, 또 군대를 북한 주민들을 돌보는 대민자원으로 사용함으로써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미국의 고든 창 변호사도 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올해 북한에서 식량 부족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면서도 “북한이 대량살상무기와 핵무기를 개발함에 따라 식량난이 초래됐다”고 주장했습니다.

고든 창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한 주민 전부에게 식량을 공급할 수 있는 충분한 자원을 갖고 있습니다. 그는 미사일과 핵무기 그리고 다른 무기들을 만드는 대신 다른 국가로부터 식량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He can, instead of building missiles and nukes and other weapons, buy food from other countries.)

또 민간 연구기관인 미국 국익연구센터(CNI)의 해리 카지아니스(Harry Kazianis) 한국 담당 국장도 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최근 북한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은 미국의 주도적인 정권 교체나 외부로부터의 공격에 대한 우려가 아니라, 식량 안보, 그리고 대량 아사 가능성인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