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식량부족 심각...결핵환자 배급량도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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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랫동안 북한의 결핵환자를 돕고 있는 미국의 천주교 사제가 얼마 전 북한을 다녀왔습니다. 예전보다 식량사정이 좋지 않아 많은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보도에 홍알벗 기자입니다.

20여년 동안 북한의 결핵환자를 돕고 있는 천주교 선교단체 미국 메리놀 외방선교회의 한국 지부장을 맡고 있는 함제도(Gerard E. Hammond) 신부.

함 신부는 지난 4월 22일부터 5월 14일까지 북한 평양을 비롯해 평안남북도와 황해도, 그리고 남포시를 방문하고 결핵병원 12곳에 있는 환자들에게 의약품을 전달했습니다.

함 신부는 북한의 식량 사정이 많이 안 좋아져 자신이 살펴본 최근 환자들의 경우 하루 식량 배급량이 380그램에서 300그램으로 줄었다고 말했습니다.

함제도 신부: 지금 북한은 한창 농사를 시작할 때지만 가뭄이 심해서 나중에 필요한 수확량을 얻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보건당국에 따르면, 전체 인구 중 40%가 영양실조로 고생할 거라고 했습니다.

올해 북한의 식량 확보량이 10년만에 최악이 될 거라는 유엔 보고서 내용도 과장은 아니라고 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함제도 신부: (유엔 식량보고서는) 과장된 것이 아닙니다. 제가 걱정하는 것은 주민들이 이 시기를 잘 이겨낼 수 있느냐 하는 겁니다.

함 신부는 북한의 다제내성결핵환자를 위해 보통 6개월치 결핵약을 갖고 가는데, 필요한 환자의 사진과 이름을 함께 표시하기 때문에 의약품 전달과 관련해서는 ‘분배감시’라든가 ‘투명성’ 같은 말은 사용해 본 적이 없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는 또, 미국 사람이면서 종교인인 자신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적대감은 전혀 느낄 수 없다면서, 다른 나라 사람들도 북한 주민을 존엄과 존중, 그리고 연민을 갖고 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습니다.

무엇보다 각계 각 분야에서 북한과의 접촉을 조금씩 늘려가며 서로를 알아 갈 때 한반도 평화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란 지적입니다.

함제도 신부: 지금의 복잡한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북한을 가봐야 합니다. 연민의 마음을 갖고 가야 합니다. 저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기도와 남북 간의 화해, 그리고 대화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함 신부는 오는 6월 말에 다시 북한을 방문한다며 국제사회의 관심과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습니다.

올해로 86살인 함 신부는 59년째 한국에 머무르고 있으며, 20년 전부터 지금까지 50여 차례에 걸쳐 북한을 방문해 결핵환자들을 살폈습니다.

한편, 함 신부와 함께 정기적으로 북한을 찾는 미국의 비영리단체 유진벨 재단은 지난 달 방북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6월이면 북한의 결핵 치료약이 바닥을 드러낸다며 북한의 결핵환자들을 위한 응급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한 바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북한은 인구 10만명당 결핵 발생률이 513명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며, 한 해 1만 6천여 명이 결핵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