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 외화 가치 하락세 지속···“국경 개방시 혼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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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북한 내 외화 가치 하락세가 새해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북한이 오랫동안 닫았던 국경을 개방하면 환율이 급변동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물가와 환율을 주기적으로 발표하는 일본 아시아프레스 등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5일 북한 원화 환율은 미국 1달러당 7천300원에서 1월 7일 약 5천800원까지 20% 떨어졌습니다.

달러당 환율은 이후 1월 15일에도 약 5천900원을 기록했다가 최신 통계인 1월 22일 6천800원으로 다소 반등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달러당 환율이 8천~9천원을 유지했던 것과 비교해 여전히 낮은 수준입니다.

지난해 10월까지 1천200원 선을 유지하던 중국 위안화에 대한 북한 원화 환율 역시 1월 7일 900원, 1월 22일 940원으로 22~25% 가량 떨어지며, 달러화와 유사한 추세를 보였습니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인 'NK뉴스' 역시 그 동안 달러당 8천원이던 환율이 1월 27일 7천원으로 하락했다고 28일 보도했습니다.

북한이 2009년 화폐개혁 실패 이후 한동안 외화 사용을 허용하면서 지난 10년간 북한돈 환율은 달러당 8천원, 위안당 1천200원 선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돼 왔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강력한 대북제재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장기간 국경봉쇄로 북한 경제 상황이 악화되는 가운데 북한이 외화 사용을 금지시키고, 북한돈 사용을 권장하면서 북한 원화의 가치가 올라간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함경북도 사정에 밝은 한 50 대 탈북자는 이달 초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당국이 최근에도 외화 사용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탈북자: 지금 개인들이 전혀 달러를 쓰지 못하도록 통제합니다. 만약 쓰다가 걸리면 모두 회수하고 법적으로 처벌까지 줍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William Brown)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28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당분간 북한 내 환율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국경 봉쇄 장기화로 인한 대중국 무역 중단으로 북한 주민들의 소비가 줄어든데다 북한 내 외화 사용까지 제한되면서 달러를 원화로 바꿔 생활비로 충당하는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는 여기에 더해 북한이 원화 강세를 유지하기 위해 화폐 발행을 자제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북중국경이 개방돼 외화 사용이 급증할 경우 환율이 급변동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브라운 교수: 환율 변동은 북한 정권 안정에 영향을 끼치고, 이를 매우 걱정하고 있을 겁니다. 국경이 다시 열리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 두려워하기 때문에 아마 지금까지 닫아놓고 있는지도 모르죠.

한편 브라운 교수는 현재 북한 당국이 북한돈의 가치가 높게 유지되는 것을 반길 수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이 시장경제 둔화와 화폐 통용 부진이란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경제 불황을 가져올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