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들, 협동농장 측과 ‘거름생산’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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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당국이 거름 생산 관련 중간 총화(점검)를 강력히 예고한 가운데, 거름 생산에 동원된 주민들과 협동농장 관계자들이 곳곳에서 큰 마찰을 빚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양강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7일 “혜산 시당과 혜산시 농촌경리위원회가 조직하는 기관장, 초급당비서 회의가 20일, 오전 10시부터 혜산시 영화관에서 진행된다”며 “회의에서 당중앙위원회 제8기 9차 전윈회의 학습 총화와 거름 생산 중간 총화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지난해 말에 진행된 당중앙위원회 제8기 9차 전원회의 기본 내용 학습을 빨리 총화지어야(결산해야) 이번(1/15)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0차회의에서 진행된 김정은의 시정연설 학습을 시작하게 된다”며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 학습이 더 시급하기 때문에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 학습 총화는 강도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보다는 20일, 전국적으로 진행될 거름 생산 중간 총화가 매우 강도가 높을 것”이라며 “거름 생산 기간이 2월 15일까지 총 45일이어서 지금쯤은 공장기업소마다 거름 생산 실적이 45%를 넘어야 하는데 아직 30%도 채 넘기지 못한 공장기업소들이 혜산시에 수두룩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거름 생산 실적이 이렇게 낮은 원인에 대해 소식통은 “밥술을 뜨는 사람은 모두 거름 생산에 동원되다 보니 거름 원천이 메말랐기 때문”이라며 “거름 생산 과제는 인분을 기준으로 내어주는데 도시 주민들의 경우 인분은 공동변소에 가야만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도시에는 공동변소가 많지 않아 인분을 얻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소식통의 설명입니다.

“동물의 배설물인 삼분으로 거름 생산 과제를 대체할 경우 인분과 삼분을 1:3의 비율로 계산하고 있어 인분보다 세 배나 많은 삼분을 협동농장에 바쳐야 한다”며 “그런데 도시에서는 가축을 기르지 않기 때문에 인분보다 더 얻기 어려운 것이 삼분”이라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거름 생산에 동원된 주민들과 생산된 거름을 받아들이는 협동농장 관계자들 사이에 마찰도 거세다고 소식통들은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양강도의 또 다른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7일 “지난해까지 공장기업소 노동자들, 주민들은 썰매를 끌고 새벽부터 줄을 지어 협동농장에 거름을 바치러 갔다”며 “하지만 올해는 농사가 특별해서인지 휘발유가 공급돼 자동차로 거름을 실어 나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대신 협동농장들은 거름 측정에 매우 까다롭고, 거름의 종류도 엄격하게 구분하고 있다”며 “거름을 부릴(내려놓을) 장소도 협동농장에서 제일 멀리 위치한 논밭부터 지정해 주는데 그로 인한 마찰이 끊이질 않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새해 첫 아침부터 혜산시당에서 직접 나서 거름을 실어 나를 자동차들을 매 공장기업소들에 배정해 주었다”며 “도 농촌경리위원회에서 거름을 실어 나를 장소를 지정해 주고, 시 원유공급소에서 지정된 거리만큼 휘발유를 공급해 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소식통은 “휘발유를 공급받은 운전사들은 지정된 거리에 비해 휘발유의 양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늘 분통을 터뜨린다”면서 “협동농장에 도착해서도 휘발유가 부족해 멀리 있는 논밭에는 거름을 부리지 못한다고 우겨 매번 농장관계자들과 크게 다투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소식통은 “거름 상하차(싣고 내려놓고)를 위해 자동차와 함께 이동하는 공장기업소 노동자들과 주민들은 협동농장에서 ‘거름생산확인서’까지 떼어와야 한다”며 “이 과정에 거름의 무게와 거름의 종류를 놓고 고성이 오간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이 정도로 모질음을 썼음에도(갖은 노력을 했는데도) 아직 혜산시의 평균 거름 생산 실적은 37%에 그치고 있다”며 “20일에 진행될 거름 생산 중간총화에서 실적이 뒤쳐진 공장, 기업소 책임자들, 동사무장들은 자칫 사상투쟁무대에 올라 설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