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의 새해 첫 전투는 거름 생산입니다. 올해 북한 당국은 1인당 거름 생산량을 줄이는 대신 거름 생산 과제를 미달한 자들을 강력히 처벌할 것을 예고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설명절 휴식(1월1일)을 마친 북한의 근로자들이 1월 2일부터 새해 첫 전투에 진입했습니다. 해마다 북한 당국이 정하는 새해 첫 전투 기간은 1월 2일부터 2월 15일까지입니다. 올해 역시 북한의 근로자들은 새해 첫 전투 과제로 거름 생산을 시작했다고 양강도 현지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양강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3일 “김정숙 예술 극장 앞 광장에서 2일 오전 9시, 거름을 실은 자동차 50여 대가 모인 가운데 새해 첫 전투 선포식이 있었다”면서 “혜산시당과 농촌경영위원회 간부들, 공장, 기업소 종업원들이 참가한 가운데 선포식이 진행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해마다 새해 첫 전투는 있었지만 새해 첫 전투 선포식까지 가진 건 올해가 처음이었다”며 “선포식이 끝난 뒤 거름을 실은 자동차들은 시 기동예술선동대, 여맹선전대와 청년학생들의 환송을 받으며 주변 협동농장들로 출발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소식통은 “새해 첫 전투 선포식을 위해 지난해 말 양강도 당위원회는 자동차를 확보했고 공장 기업소들을 통해 거름도 미리 준비해 놓았다”면서 “새해 첫 전투의 거름 생산 과제는 공장, 기업소 근로자 1인당 인분(人糞) 600kg, 만 12세부터 17세까지의 청소년들과 연로보장자(정년퇴직자), 가정이 있는 여맹조직원들은 1인당 인분 300kg”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소식통은 “알곡 증산에 사활을 건 김정은 정권으로서는 상당히 이례적으로 올해 거름 생산 과제가 예년에 비해 오히려 줄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해까지 새해 첫 전투 기간 거름 생산 과제 량은 성인의 경우 1인당 인분 1톤으로 올해는 40%가량 줄었고 청소년은 1인당 인분 600kg으로 올해 절반으로 줄였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또 다른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4일 “예전에는 새해 첫 전투 기간 거름생산과제를 감당할 수 없게 많은 양을 내줘서 주민들의 생산 의지를 꺾어 놓았다”며 “올해는 적당량의 거름 과제를 내면서 공장, 기업소, 주민들 사이에 생산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소식통은 “45일의 전투 기간 동안 근로자 1인당 600kg, 청소년 1인당 300kg의 인분을 모으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제”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인분 과제량의 모자란 부분을 동물의 배설물인 삼분 등을 섞어 바치는 것으로 대체합니다. 그러나 당국이 인분과 삼분을 1:3 비율로 계산하기 때문에 인분 100kg을 삼분으로 대체하려면 300kg을 내야 하는 형편입니다.
소식통은 특히 “2022년까지 근로자, 일반 주민, 청소년들은 새해 첫 전투 기간에만 거름 생산에 동원됐지만 지난해부터는 흑보산비료 (요소 비료에 니탄을 섞은 비료), 풀거름 (풀을 베어 가정에서 발효시킨 농사용 거름) 생산을 위해 계절에 상관없이 동원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은 2023년을 새시대 농촌혁명강령 실현의 첫해로 지정하고 새해 첫 전투 기간에만 진행하던 단기간의 거름 생산 체계를 일년 내내 진행하는 체계로 전환한 바 있습니다. 소식통은 “새해 첫 전투 기간 거름 생산 과제가 적어진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거름 생산 과제의 양은 줄었지만 대신 거름 생산 총화(검사)는 더욱 철저해졌다”면서 “무엇보다 새해 첫 전투 기간에 거름 생산 과제를 미달한 단위들은 4월 중순까지 새로 과제를 받아 거름 생산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여기에 더해 거름 생산 과제를 미달한 단위의 책임자는 한 달 동안 안전부(경찰) 감옥에 수감돼 혁명화 처벌을 받아야 하고 거름 생산량을 미달한 근로자들은 사상투쟁무대에 올라 비판을 받거나 심할 경우 노동교양대(노동단련대) 처벌까지 받게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같은 강도의 처벌은 김정일 시대에 잠시 시행됐다 사라진 것으로 예년에는 과도한 과제량으로 완수가 불가능해 처벌은 거의 시행되지 않았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