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요즘 북한지역에 수십 년만의 기록적인 한파가 닥친 가운데 당국의 산림단속이 강화되었다는 소식입니다. 땔감이 부족한 주민들이 혹한을 견디다 못해 땔나무를 구하기 위해 산에 올라 마구잡이로 나무를 잘라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현지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24일 “이달 초 연사군에서 국방성 산하 산림감독소와 국방성 원림대의 주민에 대한 (땔)나무 검열이 시작되었다”면서 “이번 당국의 나무검열에서 과거 나무를 대량으로 베어내 나무장사를 하다 산림훼손죄로 총살당한 ‘오문혁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또 터졌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주민 증언: (몇 년 전) 함북도 연사군에서 오문혁의 사건이 난거 아시죠? 이 오문혁이라는 사람이 산에서 나오는 나무를 팔아가지고, 산림자원을 팔아서 널(널판자)장사, 나무(화목)장사를 했다고 검열이 내려와서 총살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여자 제2 오문혁 사건이 터져서 현재 조사하고 있어요.
소식통은 “새해 들어 나무검열이 시작되고 닷새(13일) 전에 연사군에서 제2 오문혁 사건이 터져서 중앙에 보고되었다”면서 “국방성 소속 원림대가 총괄하는 자원(산림)검열에 걸려들었기 때문에 그 후과가 간단치 않을 것”이라고 증언했습니다.
주민 증언:새해 1월 달에 연사군에 제2의 여자 오문혁이 또 생겼어요. 국방성 검열로 해서 자원(산림)검열 내려왔잖아요. 우리나라는 산림, 국토라고 놓고 볼 때 산림 감독소하고 국방성 원림대라는 게 있어요. 국방성 원림대가 그걸 총괄하고 있지요. 그러니까 국방성에서 조직한 나무검열인거죠. 검열자료와 모든 것이 다 당중앙위원회 '연락사무실'에 그대로 종합(보고)되는 것이란 말입니다. 이 사건을 보면 '제2 오문혁'이라는 여자가 판을 너무 크게 벌려서 후과가 간단치 않을 것 같습니다.
소식통은 또 “산으로 꽉 막힌 산간벽지 연사군에는 사방에 나무뿐이어서 사람들은 겨울에 나무를 팔아 살아가고 있다”면서 “그런데 목재나 나무를 해서 청진시에 팔던 사람들이 제2의 오문혁 사건이 터지자 꼼짝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주민 증언:나무라는 게 대 판자를 만들어 가지고 여러 가지 목재예요, 그래가지고 군부, 기관, 기업소, 모든 데 다 속해 있는 장사를, 판을 크게 하다보니까. 연사군에서 나무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이 나무를 다 팔아가지고 돈을 벌자면 청진 수산(사업소)라든가, 9군단 분장 갱도 뚫을 때 목재로도 이용되고 판자로도 이용되게 이렇게 수많은 돈을 긁어 모은 것 같아요.
소식통은 이어 “제2의 오문혁사건에 걸려든 여자는 연사군 주민들이 수집한 나무를 외상으로 걷어 팔아주며 한 개 군을 먹여 살렸다”면서 “주민들은 당에서 나무 한 가지도 다치지 말라며 이런 여자까지 죽이면 이건 다 죽으라는 것이냐며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주민 증언:한마디로 말하면 이 여자가 나무를 팔아가지고 한 개 군을 먹여 살리면서 맹활약을 하였어요. 이런 장사를 못한다고 (지시가)떨어지면 나무를 해 가지고 팔던 사람들이 살아나갈 길이 없으니까 '이런 여자까지 죽이면 우리는 어떻게 사나, 아, 이건 다 죽으라는 세상이구나. 나무 한 가지도 다치지 말라는 수작이구나' 이런 여론이 돈다는 소리예요.
소식통은 그러면서 “연사군에서 발생한 제2의 오문혁사건에 대해 ‘이의 없이 무조건 처리하라’는 지도자의 방침이 내려왔다”면서 “교화형에 처할 수도 있지만 잘 안되면 무기징역이나 옛날 오문혁 사건처럼 총살까지 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주민 증언:검열은 들어왔으니까 현재 조사중이죠. 이 일 때문에 비준과업이 올라가서 '이의없이 무조건 처리하라'고 내려왔으니까 못해야 교화형이고 일이 안되면 그 보다 더한 무기징역이라든가 총살까지 당할 수 있어요. 그래서 말하지 않습니까? 옛날의 제2 오문혁(사건)이라고.
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23일 “요즘 박달나무도 얼어 터진다는 영하 40도를 오르내리는 매서운 추위에 대부분의 주민들이 떨고 있다”면서 “당국의 산림단속이 강화되면서 주민들의 땔감부족 현상이 더해 진 탓”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강추위에 땔감 부족 현상이 심화되다 보니 나무(화목)장사들이 여느 해 겨울보다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면서 “나무 장사가 늘면서 산림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겨울의 맹추위를 견뎌야 하는 주민들은 생각지 않고 산림 보호만 외치면서 나무(산림자원) 검열을 벌이는 당국에 대해 원성이 높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나무 검열이 진행되자 요즘은 통나무 장작은 거의 보기 힘들고 산에서 가지치기를 한 것을 단으로 묶어 파는 화목을 겨우 살 수 있다”면서 “장마당에서 그나마 굵고 좋은 나뭇가지는 1㎥당 내화 1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쌀값이 1kg당 내화 7,000원에 육박하면서 하루 식량을 마련하기도 버거운데 혹독한 겨울 추위를 막아줄 땔감마저 부족하다”면서 “올해는 가지치기 한 엉성한 나무 한 단 값이 지난 해의 장작 값에 맞먹으면서 주민들이 추위에 고생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북한은 지난 21일 조선중앙TV의 날씨 예보를 통해 23일부터 25일 사이에 북한 전역에 수십년 만의 강추위가 예견된다고 전하며 24일 아침 양강도 삼지연시 백두산지구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41–37도를 기록하겠다고 예보한 바 있습니다.
기자 김지은,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