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북한 함경북도 당국이 낙지(오징어)잡이 어부들에게 러시아 영해에 들어가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고려한 조치라는 분석입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에선 오징어로 불리는 낙지는 동해 지역에 사는 북한 어부들과 많은 근로자 가정 생계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어자원입니다. 제철인 7~9월 사이에 바닷가 지역의 젊은 남성 대부분이 돈벌이를 위해 낙지잡이를 나갑니다.
각 기업소도 8.3(근로자가 출근하지 않고 돈벌이를 하는 대신 기업소에 돈을 내는 행위) 수입을 위해 종업원의 낙지잡이를 허락해줍니다. 8.3으로 내는 돈의 액수는 지역마다 다르지만 보통 한 달에 북한 내화 5~8만원(미화 5.9-9.4달러) 정도입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2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최근 당국이 어부들을 대상으로 로씨야(러시아) 영해에 절대 들어가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로씨야 영해에 들어갔다 잡히는 경우 노동단련대에 갈 각오를 하라고 엄포를 놓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보통 9월 말, 10월 초면 낙지잡이가 끝나지만, 아직도 낙지잡이를 하는 배가 적지 않다”며 “이들은 대부분 로씨야 영해 가까이에서 조업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그러다 자기도 모르게 로씨야 영해를 침범하기도 하고 일부러 밤에 로씨야 영해에 들어가 그물을 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러다 자칫 로씨야 경비함에 단속되기도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지금까지는 로씨야 영해를 침범했다 잡혀 송환되어도 별다른 처벌은 없었다”며 “보위부에 몇번 불려 다니긴 하지만 보통 로씨야에서 보고 들은 내용을 말하지 말라, 다시는 로씨야 영해에 가지 말라고 훈시하는 정도”라고 소식통은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전에도 당국이 로씨야 영해를 침범하지 말라고 하긴 했지만 지금처럼 조직적으로 지시를 내리고 노동단련대에 보내겠다며 엄포를 놓는 정도는 아니었다”고 밝혔습니다.
함경북도에서 낙지(오징어)잡이는 남쪽에서 어린 낙지가 올라오는 6월 말경부터 시작됩니다. 워낙 낙지잡이를 하는 배가 많아 10~15시간씩 배를 타고 먼 바다에 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9월 말 이후가 되면 낙지 떼가 다 북상해 어획량이 적어지고 바다도 거칠어집니다. 보통 이 시기에 낙지잡이가 끝나지만 낙지 떼를 따라 로씨야 영해 인근으로 이동해 낙지를 계속 잡는 북한 어선이 적지 않습니다.
같은 날 함경북도의 다른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수산사업소와 부업선을 가지고 있는 기관들이 종업원들에게 로씨야 영해에 절대 들어가지 말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며 “위에서 무슨 지시가 있은 모양”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매년 수산자원이 많은 로씨야 영해에 알게 모르게 들어갔다 잡히는 배들이 적지 않다”며 “로씨야 경비함에 잡히면 육지로 끌려가 조사를 받은 후 일주일 혹은 보름씩 갇혀 있다가 송환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로씨야에서 송환될 때 배와 어구는 다 두고 몸만 나온다”며 “그래도 로씨야 영해에 들어가는 이유는 낙지잡이를 하는 배가 적고 수산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로씨야 영해에 가지 말라고 조직적으로 포치(전달)하는 경우는 처음”이라면서 “지난 9월 김정은의 로씨야 방문이 있었고 최근 로씨야 외무상도 평양을 다녀간 만큼 당국이 로씨야와의 관계를 중시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같은 동해 연안의 함경남도에서도 북한 당국이 어부들에게 로씨야 영해를 침범하지 말 데 대해 지시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