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수재민 살뜰히 챙기며 동요 막기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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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최근 압록강 수해로 삶의 터전을 잃은 1만 3천여명의 북한 수재민들이 당국의 조치로 평양 임시 숙소에 도착했는데요. 이들을 환영하기 위해 숙소를 찾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현장에서 특히 아이들을 살뜰히 챙기며 '애민정신'을 내세웠습니다. 김지수 기자의 보도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수해를 입은 주민들을 향해 ‘애민’과 ‘인민 친화적’인 행보를 연출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6일, 전날 평안북도와 양강도, 자강도의 약 1만 3천여 명의 수재민들이 평양에 도착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피해 지역이 복구되는 동안 국가 회의 시 대표들이 숙식하는 ‘4.25여관’과, 군인들의 숙소로 꾸려진 ‘열병훈련기지’에 머물게 됩니다.

이날 평양 숙소를 찾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환영사를 통해 “올해에도 하반년에 여러 국가적 대사들이 예견돼 있지만 수해 지역 인민들을 위해 이 시설들을 통째로 제공하기로 했다”라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또 “오늘의 재난을 지방 개화의 분수령으로 바꾸려는 자신감도 더 굳세어졌다”며 “이번에 피해지역들을 복구하는 정도가 아니라 농촌의 도시화, 현대화, 문명화실현의 본보기, 교과서적인 실체로 만들고자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북한 당국의 안간힘이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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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날 김 위원장은 어린아이들의 식당을 찾았는데, 한 명 한 명 가까이서 말을 건네거나 끌어안고, 아이들이 먹던 음료를 함께 마시는 등 친어버이 같은 ‘애민 정신’을 부각했습니다.

조선중앙TV에서 보도한 영상을 보면 아이들의 식사 자리에는 밥과 국, 과일, 빵 그리고 과자 등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음식으로 가득한 상을 차려 대접했습니다.

홍민 한국 통일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1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김 위원장이 수차례 현장을 방문하고, 수재민들을 각별히 챙기는 모습은 과거 비슷한 재해와 비교했을 때 이례적인 행보라고 말합니다.

홍민 연구위원 :사실 지금까지 유사한, 이 도시에서의 물 피해를 당한 다른 사례와 비교를 해 보면 이번에는 유독 한두 번 정도의 현장 방문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계속 현장 방문하고 또 관련된 구호 활동을 했던 부대를 조명한다든가 또 지금 피해를 본 주민들에 대한 연설이라든가 또 이들을 평양으로 데려오는 행보라든가 이거는 굉장히 지금 굉장히 적극적이고 이례적인 행보들이거든요.

더 나아가 북한 당국의 현 조치가 산업적으로도 타격을 입고 삶의 터전을 잃은 수재민들이 동요하는 것을 막기 위한 연출이라고 해석했습니다.

홍민 연구위원 : 이 도시의 특징이 뭐냐 하면 북한 최대의 경공업 기지라는 거예요. 그러니까 소위 경공업이 가장 많이 가장 잘 육성돼 있는 곳인데 이곳에 상당한 산업적 피해를 입었죠. 그래서 인민들에 대해서 자칫 관리를 잘못했다가는 뭔가 동요도 나타날 수 있고 여러 가지 우려를 아마 지도부가 갖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제 그런 측면에서 더 적극적으로 애민과 인민 친화적인 행보를 퍼포먼스로 계속 보여주고 연출하고 그것을 계속 선전으로 활용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홍 연구위원은 그러면서 이 행보는 결국 김 위원장의 우상화를 위한 작업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절대적 우상화를 위해 김정은의 혁명사상, 그중에서도 특히 인민대중제일주의를 몸소 보여주면서 현 상황에서 전화위복을 만들어내는 지도자로서의 위상을 나타내고자 한다는 설명입니다.

한편 한 미국 내 북한 전문가(소속 기관의 사전 허락을 받지 않아 익명 요청)는 16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북한은 외부의 지원없이 스스로 해결해나가는 모습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김 위원장과 지도부가 적어도 당분간은 이 위기를 스스로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현재로서는 북한이 국제사회에 손을 내밀 것이라는 어떤 징후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