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지난 8일 자, 노동신문에는 수해복구에 동원된 청년들을 영웅시하며 더 많은 탄원을 촉구하는 정론이 실렸습니다. 북한 당국은 이 정론을 제강(주요내용)으로 전국의 공장, 기업소에서 이례적인 현장 강연을 열고 있습니다. 관련 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북도에서 발생한 수해로 피해를 입은 지역뿐 아니라 다른 지역 주민들도 말 그대로 “들볶이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지원품, 지원금을 내라는 요구에 이어 노동신문 정론으로 이례적인 현장강연까지 조직됐습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을 위해 익명 요청)은 9일 “오늘 도당위원회가 도내의 공장, 기업소 단위들에 현장 강연을 조직할 것을 지시했다”면서 “8일 자 노동신문에 실린 정론 ‘청년들, 동무들, 승리를 향해 앞으로’가 오늘의 강연제강”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노동신문의 정론 내용은 “평안북도 수해복구에 선발된 청년들의 ‘영웅성‘을 높이 선전하며 더 많은 청년들이 수해복구에 탄원(자원)하라는 내용”이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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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의 정론은 다른 국가의 신문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기사의 형태로 사실을 전달하기보다는 선동적인 문장과 호소력 짙은 표현을 사용하는 일종의 선동문입니다.
소식통은 특히 “강연회는 보통, 정해진 장소와 시간에 단정한 옷차림으로 모여 정중한 분위기 속에 진행되지만 이번 강연은 생산현장에서 진행하라는 중앙의 지시에 따라 모두가 작업복을 입은 채 참가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김일성 김정일 배지도 착용하지 않은 채 회의실도 아닌 작업현장에서 강연을 들은 것은 처음”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강연 참가자들의 반응은 차가웠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백두산지구 건설, 삼지연시 건설, 평양 5만 세대 살림집 건설, 농촌 살림집 건설 등 당이 제시한 건설장에 다 나가 노력(일하는 사람)이 없는데도 이제는 수해복구에 탄원을 다시 강요한다”며 이에 “청년 노력이 어디에 있어 탄원을 하느냐”, “노력이 하늘에서 떨어지느냐”는 반응이 나왔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 안전을 위해 익명요청)도 같은 날 “수해복구에 청년들이 탄원할 데 대한 노동신문 내용으로 공장들에서 현장 강연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위대한 어버이의 열렬한 호소가 강산을 울린다’는 8일 노동신문 정론이 강연제강이었고 장군님이 평안북도 피해 복구 전구(북한에서 건설현장, 정책이 집행되는 현장을 부르는 전투현장의줄임말)에 파견되는 백두산 영웅청년돌격대 진출식에 참석하시여 격려의 연설로 청년들을 고무했다는 내용”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강연에서 ‘수해 지역을 시급히 복구해야 할 중대한 임무가 나서던 그때 총비서의 심중에 안겨 온 것은 청년들이었다’고 밝히자 현장 분위기는 무거워졌다”면서 “일부 종업원들은 또 다른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그리로 탄원하라고 할 것”이라며 당국의 끊임없는 탄원요구에 피로감을 호소했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그는 “실제로 도내에 생산공장도 별로 없고 대부분의 공장 인력은 이미 건설장에 나가 있는 상황”이라면서 “신발공장, 가방공장, 식료품공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장이 자재 부족으로 가동을 멈추고 국가대상건설과 지방대상건설에 동원됐는데 노력이 어디 남아 있느냐”고 반문했습니다.
그러면서 “요즘 들어 당에서 청년들에게 탄원할 것을 여러 차례 호소했다”면서 “농촌과 탄광, 광산, 평양 건설, 삼지연시 건설 등이 제기될 때마다 어김없이 벌어지는 탄원 행사와 끝없는 노력 동원에 노동자들은 지쳐간다”고 말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