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민방위 조직에 수해복구지원물자 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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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당국이 함경남북도 지역의 수해복구를 위한 지원물자를 중앙당 산하 민방위부에 부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민간 군사조직인 민방위부에는 교도대와 노농적위대, 붉은청년근위대등이 있는데 소속 성원들의 불만이 크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북도의 기계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한 주민 소식통은 13일 "어제(12일) 공장 민방위부에서 공장 교도대와 적위대원들에게 함경남도와 함경북도의 수해지역에 보낼 지원금을 일인당 5천원씩 이틀 내에 바치라는 비상포치를 내렸다"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공장 민방위부는 중앙당 산하 도 민방위부 산하조직으로 공장에서 일하는 간부들과 노동자들을 교도대와 적위대로 묶어세워 전쟁 예비 인력으로 통솔하는 기구로 도 내 공장 기업소 종업원은 거의 다 민방위부에 소속되어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지난해 8월에도 태풍피해 지역과 큰물피해 지역을 지원하는 사업이 전국적으로 진행되면서 공장 기업소 노동자들에게 지원물자 부담이 할당되었지만, 민방위조직이 아닌 행정조직사업으로 진행되었다"면서 "그런데 올해는 준군사조직인 민방위부를 통해 수해복구 지원금을 할당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민방위조직을 통해 수해복구 지원금을 노동자들에 할당하는 당국의 속내는, 코로나사태 이후 생활고에 시달리는 주민들에 수해복구 지원금을 바치라 할 경우, 주민반발을 의식해 일부러 준전시 기구인 민방위를 통한 유사전쟁분위기를 조성하고 주민들을 긴장시켜 수해복구 지원금을 빠르게 받아내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도 같은 날 "성천군에서도 군 민방위부가 각 공장 기업소의 교도대에 수해복구 지원금을 일인당 5천원씩 할당하고, 적위대원들에게는 쌀 500그램씩 지원물자로 바치도록 지시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전쟁에 대비한다면서 수시로 교도대훈련이나 주민대피훈련을 시키며 전쟁분위기를 고취시키던 민방위부가 수해복구 지원금을 바치라고 포치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라면서 "14세 이상 고등중학교 학생들에게도 수해복구 지원금이 일인당 2천원이 할당되었는데, 고등중학생들도 민방위부가 관리하는 붉은청년근위대 소속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지역별로 교도대와 적위대에 대한 지원금 부과 액수가 차이가 있다며 평안북도의 경우 교도대와 적위대에 동일하게 일인당 5천원을 부과했지만 평안남도는 각각 다른 액수로 부과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붉은청년근위대는 미성년자들이므로 아직 수익활동을 하지 못해 세부담은 항상 성인보다 적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당국이 수해복구 지원금을 거둬들이는데 민방위를 동원하는 배경에는 지난 5일 함경남도 일대에 호우로 인한 큰물 피해가 심각하게 나타나자 당 중앙군사위원회 지시에 따라 함경남도 당 군사위원회 확대회의가 소집된 자리에서 수해복구지역을 강력히 지원하라는 최고존엄의 지시가 하달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결국 최고존엄의 지시는 무조건 관철해야 하는 당 군사위원회에서는 생활고에 시달리는 주민들이 반발할 명분을 주지 않기 위해 민간군사조직인 민방위를 동원해 준전시태마냥 긴장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수해복구 지원금과 지원물자를 공장 간부와 노동자, 학생들로부터 거둬 들이고 있다"면서 "민방위를 통한 수해복구 지원사업이 마무리 되면 당적 사업이라며 일반 주민들에게도 수해복구 지원물자가 부과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기자 손혜민,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