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 8~9일, 평북 의주를 찾아서 복구 기간 신의주 등지의 수재민을 평양으로 데려가 돌보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한 후속 조치로 14일, 신의주의 수재민들이 평양으로 떠났는데 당국은 "평양 견학"이라 설명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서 평양은 아무나 갈 수 없는 곳으로 대부분의 지방 주민에게는 죽기 전에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꿈의 도시입니다. 그런데 김정은위원장의 특별배려로 수재민들이 평양견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을 위해 익명 요청)은 15일 “어제(14일) 지인의 부모님이 신의주-평양행 열차를 타고 ‘평양 견학’을 떠났다”면서“당에서 수해를 입은 사람들을 평양으로 초청해 견학을 시킨다는데 대상자로 뽑혔기 때문”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또 당국은 이들이 “평양 곳곳을 돌아보게 될 것”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수재민들의 평양체류 기간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수해지역 복구가 어느 정도 진행돼 이들의 거처가 마련되기 전에 귀가하면 생활에 큰 불편을 겪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소식통은 “14일 평양 견학을 떠난 대상들은 지인의 부모님을 포함해 모두 지난 7월 말, 폭우로 집을 잃고 한지에 나앉은 주민들”이라면서“견학단은 신의주-평양행 열차 편으로 낮 12시경, 가족과 주변 지인들의 환영을 받으며 평양으로 출발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정확한 출발인원 규모는 확인할 수 없으나 수재민이 머무는 정문리 고급중학교에서 평양행 특별열차가 출발하는 신의주역까지 평양견학 인원을 태우고 가는 버스가 “상당히 많이 도착해 놀랐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8월 9일, 평안북도 의주군 수해 지역을 찾아 수재민들 앞에서 한 연설을 통해 수해 복구 기간, 아이들과 노약자, 어린아이의 어머니 등 1만 5,400명을 평양에 데려가 돌보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날 출발한 수재민들의‘평양 견학’은 이에 대한 후속 조치로 보입니다.
소식통은 “평양 견학 대상자를 선발하는 데 관계자들이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면서“수해 복구에 동원될 20~40대 젊은 노력(일할 수 있는 사람)층은 제외하고 양부모가 없는 고아들, 운신이 가능한 노인들, 50대 이상의 주민만 선발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수재민들 속에서도 일부 60대 이상 나이 많은 노인들은 김정은 위원장의 의주 방문 이후 평안남도 양덕군에 위치한 양덕온천으로 옮겨 머문 것으로 안다”면서 "양덕온천에 임시로 있다가 평양 견학이 조직되면서 평양으로 출발했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양덕온천’은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새로 단장한 평안남도 양덕군 온정리에서 위치한 온천 겸 스키장입니다.
또 소식통은 “평양 견학을 떠난 수재민들이 평양 4.25 여관에서 숙박한다고 전해졌지만 당국은 언제까지 이들이 평양에 머물게 될지 알려주지 않았다”며 “다만 당에서 일부가 아닌 전체 수재민들에게‘평양 견학’을 시켜준다고 통보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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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또 다른 주민 소식통(신변안전을 위해 익명 요청)은 같은 날 “신의주 정문리 고급중학교에 머물던 수재민 중 일부가‘평양 견학’에 나섰다”면서“당에서 내준 새 옷을 단체로 입고 평양행 열차를 타고 출발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평양견학단 단체복으로 공급된 옷은 질이 좋지는 않았지만 수해로 아무것도 건지지 못한 주민들에겐 ‘감사한 배려’였다며 평양 견학에 선발된 수재민들은 대부분 홍수에 집을 잃어 입을 옷도, 신발도 변변히 없는 사람들”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수재민들은 북한 매체가 보도한 대로 쌀, 사탕, 과자 등을 직접 받은 것이 아니라 “학교 청사에서 단체로 식사를 만들어 제공했다”며 “정문리 고급중학교 교실마다 지역 수재민들이 들어차고 나머지 인원은 운동장에 설치한 천막에 개당 15명씩 배치됐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당에서 평양 견학을 조직했다고 모두가 마냥 감사하고 기쁜 상황은 아니라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평양 견학을 마치고 신의주에 돌아와 생활 터전을 잡아야 하는 주민들로서는 향후 거처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잠시 떠나는 ‘평양 견학’이 마냥 달갑지는 않은 실정”이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지금은 수재민들에게 임시 거처로 학교 청사도 내어주고, 양덕 온천도 내주었지만 평양에서 돌아오면 상황이 달라져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면서 “당장 방학이 끝나 새 학기가 시작되면 학생들이 등교하기 때문에 학교 공간은 내줘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6일“‘평안북도·자강도·양강도 수해 지역 주민 1만 3천 명이 지난 15일 평양4·25여관과 열병훈련기지에 입소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