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북, 식량 유통의 국가 장악력 확대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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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의 전문가는 북한 당국이 식량 유통에 대한 국가 장악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가 20일 내놓은 ‘한반도 정세 2022년 평가 및 2023년 전망’ 보고서.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해당 보고서의 ‘2022년 북한 경제 평가와 2023년 전망’에서 북한이 지난 10월 25일 당 정치국 회의를 열고 식량 유통에 대한 국가 통제 강화 방안을 논의한 것에 주목하며 “식량 유통 정책만을 논의하기 위해 당 정치국 회의를 개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올해 10월 이후 식량 유통에서 집권적 성격을 강화하는 새로운 정책을 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고 밝혔습니다.

양 교수는 또 “북한 정부가 장마당에서의 식량 판매를 금지하고 주민들은 당국이 운영하는 양곡판매소에서만 식량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전해진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지난 11월 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현지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당국이 장마당에서의 식량 거래를 금지하고 유통을 장악하려고 한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양 교수는 북한의 의도가 “시장과 국가로 이원화되어 있던 식량 유통과정을 국가로 일원화하고 식량 유통과정 전체를 국가가 장악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식량 유통과정 전체를 국가가 전부 장악하면 식량 수매부터 유통, 분배 등에 있어서 국가의 정책을 관철시킬 수 있는 여지가 커진다”며 “식량의 불법유통, 개인의 매점매석, 식량 사재기 등을 막고 식량가격을 안정시키게 된다면 주민들이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양 교수는 이러한 북한의 움직임이 식량배급제의 부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고 북한의 정책이 얼마나 실현될지 여부도 미지수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함께 양 교수는 “올해 북한 경제가 소폭의 플러스 성장을 하거나 현상유지를 하는 등 지난해보다 나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지난 2017년부터 지속되고 있는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세로부터 탈피할 가능성은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북한이 지난 8월 10일 코로나 종식을 선언한 이후에도 코로나로 의심되는 발열환자가 계속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며 “경제상황이 더욱 어렵게 된 북한이 방역 최우선 정책을 수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김정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보고서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 실현을 위한 전략’에서 “북한이 ‘담대한 구상’을 거부한 이유는 이명박 정부의 비핵ㆍ개방 3000과 큰 차이점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교수는 “북한은 핵무장을 자신들의 안보를 규정하는 국가정체성의 핵심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담대한 구상’이 전제하고 있는 ‘경제-안보 교환 공식’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민주화 이후 모든 한국 정부의 북한 비핵화 해법이었던 ‘경제-안보 교환 공식’이 기대했던 효과를 달성하지 못한 이유는 북한이 국가안보보다 정권안보를 우선하는 개인 독재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개인 독재의 성격을 띠는 북한에서는 실패한 정책에 대한 문책 체제가 전혀 작동하지 않으며 한국 정부가 제시하는 ‘경제-안보 교환 공식’은 오히려 북한 지도자의 안보 불안을 격화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입니다.

김 교수는 이러한 이유로 ‘담대한 구상’은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은 정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내년 ‘담대한 구상’과 관련해 가장 개연성이 높은 상황은 남북 간 국경에서 우발적인 충돌이 발생하고 한국의 독자 핵무장에 대한 정치적 압력이 높아지며 한국 국회가 남북 군사합의를 파기하는 결의안을 의결하는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이밖에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보고서 ‘2022년 북한정세 평가와 2023년 전망’에서 “북한의 국방력 강화 기조는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굵직한 정치행사가 지나간 미국과 중국이 국내의 정치적 변수로부터 벗어나 협력을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북한의 대외전략은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최 책임연구위원은 또 “내년은 북한이 제시한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이 절반을 넘어가는 시기”라며 “김정은은 수치로 제시한 건설부문의 성과 등은 반드시 달성하려고 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