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때 지역에서 알아주는 간부 출신 북한 노인들이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후배 간부를 찾아다니며 식량을 구걸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 경흥군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9일 “요즘 누구나 생활고를 겪고 있지만 노인만 있는 가정은 더 어렵다”며 “한때 간부였던 노인들이 식량을 구걸하러 다니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며칠 전 지팡이를 짚은 노인이 인민위원회에 찾아와 위원장이나 부위원장을 만나게 해달라고 했다”며“목적은 먹을 게 떨어져 그러니 식량을 좀 해결해 달라는 것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노인은 인민위원회에 오래 있었다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사람으로 한때 (인민위원회) 부장까지 하다 연로보장(정년퇴직, 60세)을 받았다”며“접수(출입구)에서 근무를 서던 지도원이 노인의 사정을 듣고 양정부(식량 담당 부서)로 안내했다”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양정부에서 일하는 지도원들도 노인을 알아보았고 양정부장이 노인을 만난 후 강냉이(옥수수) 20kg을 배급소에서 받을 수 있게 해주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강냉이 20kg으로 한달은 버틴다 해도 그 다음 달에 또 식량이 부족할 게 뻔하다”며“노인이 인민위원회를 다시 찾아간다고 해도 식량을 계속 줄 순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소식통은 노인이 왔다간 것과 관련해 (인민위원회) 간부들이, 한때 힘있는 직책에 있었던 노인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10여년이 지나 자기가 일하던 곳을 다시 찾아왔을까, 오기까지 얼마나 생각이 많았을까, 나도 저 나이가 되면 저럴까 등등 자신의 미래와 관련해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 청진시의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같은 날“젊은이들이 사는 가정도 어렵지만 노인 가정은 더 어렵다”며“한때 꽤 높은 간부였던 노인들이 경제적 도움을 받기 위해 후배 간부를 찾아다니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수남구역에 구역 급 기관에서 부위원장까지 하던 70대 노인이 있는데 2년 전에 아내가 사망했다”며 “이 노인이 가끔 자기가 데리고 있던 간부 중에 생활이 괜찮은 집을 찾아 다닌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간부로 있을 때 대중 평판이 좋았고 아래 사람을 잘 보살피던 노인이라 그가 찾아가면 부하였던 간부들이 한끼 식사를 대접하고 쌀이나 식료품 같은 것을 주기도 하는데 그걸 바라고 노인이 정 견디기 어려울 때마다 아래 사람들의 집을 번갈아 찾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노인한테 자녀가 있는 것으로 알지만 자기 생활도 넉넉지 못해 아버지에게 경제적 도움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자식이 장사를 잘하거나 좋은 직책에 있지 않다면 부모를 돌보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에도 정년 퇴직하거나 노동 능력을 상실한 사람들을 위한 연금제도가 없진 않습니다. 정년 퇴직한 사람에게 주는 노인 연금이 북한 돈으로 매달 평균 2만원(미화 2.25달러)인데 시장이나 식량판매소에서 쌀 4kg 정도 살 수 있는 수준이라 노인들의 생활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