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경제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외화 확보를 위해 공채 매입을 강요할 경우 당국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대북제재 여파에다 코로나19, 즉 신형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사태로 인한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 공채를 발행하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
북한 경제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의 이 같은 조치가 가져올 파급효과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마커스 놀란드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 부소장은 현지시각으로 12일 하와이의 이스트웨스트 센터(East-West Center) 주관의 인터넷 강연에서 북한이 대북제재로 교역량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에서 신형 코로나라는 악재를 만나 무역에 큰 타격을 입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마커스 놀란드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 부소장: 지금 북한 당국이 직면한 문제 중 하나는 중국과의 국경을 봉쇄했기 때문에 무역이 큰 타격을 입었고 거기에 대북제재도 계속되고 있다는 겁니다. (One of the problems they encountered now that they closed that border with China - China accounted for 90% of their trade – (is that) their trade has really gone down and they are also under sanctions.)
또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 당국이 외화 확보를 위해 주민들에게 공채 매입을 강요할 경우 당국에 대한 불만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마커스 놀란드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 부소장: 북한은 주민들에게 공채를 매입할 것을 강요하려고 합니다. 그들이 가진 외화를 압수하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지난 2009년에 그랬던 것처럼 화폐 체계를 망쳐놓으면 엄청난 불만을 촉발하게 됩니다. 이런 조치이야말로 주민들이 정부로부터 등을 돌리게 하는 것이죠. (So what they are going to do is they are basically going to force people to buy bonds. They are confiscating foreign exchange... When you screw up the money system as they did in 2009, it causes an enormous discontent. This is the kind of thing that can actually turn people against the government.)
북한 주민들에게는 체제를 수호하거나 정치적 자유를 쟁취하는 것보다 중요하고 민감한 것이 가족을 부양할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북한은 2009년 말에 화폐개혁을 단행했지만 이는 물가 폭등을 초래하는 등 경제 상황을 악화시키면서 실패로 끝난 바 있습니다.
김병연 서울대학교 교수도 지난 8일 열린 최종현학술원 주관의 토론회에서 북한 주민들 입장에선 당국이 발행하는 공채가 미 달러에 비해 가치가 떨어진다고 판단해 공채 매입 요구에 반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 돈주나 개인들은 '외화를 줄 만큼 과연 공채라는 게 가치가 있을까?'라고 고민하겠죠. 그래서 반발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에 공채 발행이 실패하게 되면 북한 외화수급이 더 저항을 받게 되고 이대로 계속 가게 되면 북한에 외환위기가 발발할 수 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지난 4일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조선중앙은행이 북한의 공장, 기업소, 그리고 돈주들이 보유하고 있는 달러를 흡수해 외화부족난에 대처하기 위해 공채를 발행할 계획이라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앞서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코리아 소사이어티의 회장이자 금융전문가인 토머스 번은 지난달 미국의 외교전문매체인 포린폴리시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이 2003년 이후 처음으로 공채 발행을 결정했다고 전하며 이는 자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외화를 최대한 끌어모으려는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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