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된 탈곡작업에 지쳐 쓰러지는 북 농민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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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 협동농장들이 한 해 농사를 결속(마감)하기 위한 탈곡에 농민들을 주야로 내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된 노동에 지친 농민들이 작업 중 쓰러지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남도 함주군의 한 주민 소식통은 지날 달 31일 “요즘 함주군의 모든 농장에서 가을걷이가 끝나자마자 농민들이 다시 볏단 운반과 낟알 털기(탈곡)에 밤낮없이 내몰리고 있다”며 “제대로 먹지도 못한 채 고된 노동에 시달리는 농민들 속에서 쓰러지는 사람도 많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당국은 수확한 볏단을 논밭에 오래 놔두면 낟알 손실이 증가한다며 이달 중순까지 논밭에 세워둔 볏단을 탈곡장까지 모두 실어 들이라는 지시를 내렸다”면서 “이에 따라 각 협동농장들은 농민들을 두 개 조로 나누어 한 조는 볏단 운반, 다른 한 조는 벼 탈곡 작업에 내몰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볏단 운반을 하는 농민들은 새벽 5시부터 날이 어두워져 앞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일에 내몰리고 있다”면서 “탈곡조에 속한 농민들도 탈곡기를 멈추지 않고 2교대로 24시간 탈곡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충분히 먹지도 쉬지도 못하면서 하루 12시간 이상 고된 노동에 시달리다 못해 지쳐 쓰러지는 농민들이 많다”며 “읍에서 가까운 상중리와 신경리 농장에서 일요일 하루에만 각각 2명, 3명의 농민이 일하던 도중 쓰러졌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쓰러진 농민들은 다 여성들로 잠시 쉬다가 괜찮아지면 다시 일을 시킨다”면서 “뜨락또르(트랙터)와 소달구지에 볏단을 최대한 가득 높이 싣는데 7∼10kg 정도 되는 볏단을 하루종일 위로 던져 실어야 하는 일이 여성들에게는 정말 힘에 부치는 고된 노동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작업반 마다 몇 명 되지 않는 남자들은 다 농촌주택건설과 탈곡장 경비 등에 동원되다 보니 볏단 운반과 탈곡을 여성들이 하고 있다”면서 “봄부터 현재까지 ‘모내기 전투’, ‘김매기 전투’, ‘풀베기 전투’, ‘가을걷이 전투’ 등 당국의 강요로 연속 고된 노동에 시달린 농민들이 쓰러지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함경북도 온성군의 한 주민 소식통도 31일 “온성에서는 온 군이 강냉이(옥수수) 탈곡에 총동원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군 간부들은 올해 농사를 결속하기 전에는 쓰러질 권리도 없다며 각 협동농장들이 탈곡을 다그칠(서두를) 것을 강요하고 있어 농민들이 주야간 탈곡에 내몰리고 있다”며 “공장, 기업소와 가두(가정)에서 지원 나온 읍주민들은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고 집에 갈 수 있지만 농민들은 아침 5시부터 저녁 8시까지 하루 15시간 힘든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농민들은 저녁 늦게 집에 들어가서도 바로 쉬지 못하고 온 식구가 모여 추가 노동을 해야 한다”며 “각 농장원 세대가 매일 50kg의 강냉이를 집에 가지고 들어가 오사리(옥수수 이삭 껍질)를 벗기고 알을 발라내 다음 날 아침에 바쳐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함경북도는 벼보다 강냉이 농사를 더 많이 하는데 탈곡은 강냉이가 더 어렵다”면서 “벼는 말린 볏단에서 낱알을 털어내면 끝이지만 강냉이는 이삭을 말린 다음 오사리를 벗겨야 하고 알까지 발라내야 해 품이 많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농민들이 1년 내내 허리 한 번 제대로 펼 새 없이 힘들게 농사를 짓지만 정작 차려지는 몫은 너무나 보잘 것 없다”면서 “당국은 농사를 직접 짓는 농민들의 어려운 생활 개선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수확한 곡식을 빼앗아 가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