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당국이 한 해 농사 결속을 위한 낱알 털기(탈곡)를 거듭 독려하고 있지만 전력부족으로 탈곡이 턱없이 늦어지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북도 곽산군의 한 주민 소식통은 26일 "최근 때 없이 내리는 늦가을 비와 한파로 가을걷이 전투가 예년에 비해 불리한 환경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특히 전력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탈곡이 매우 더디게 진척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농장원들이 8시간씩 3교대로 번갈아가며 작업반에 1대밖에 없는 탈곡기를 멈추지 않고 하루 24시간 돌려도 부족한데 설상가상으로 자주 정전이 되고 있다"며 "하루에 5~7시간씩 전기가 안 들어오는 것은 보통이고 온종일 정전이 되는 날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농장의 작업반 수와 농민 수는 특별히 규정된 것이 없이 각 지역마다 다릅니다. 황해도, 평안도 같은 곡창지대의 농장들에는 10개 이상의 작업반이 있으며 각 작업반에 소속된 농민수는 50~80명 정도로 알려졌습니다. 또 1개 작업반은 다시 3~5개 정도의 분조로 구성되는데 탈곡기는 대개 1개 작업반에 1대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소식통은 이어 "얼마전 (우리)군의 농업 현장을 찾은 김덕훈 총리에게 군 일꾼들이 탈곡을 기한 내에 끝내려면 전력공급이 관건임을 설명하면서 전력 부족 문제를 해결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총리도 시원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국가적으로 전력생산량이 부족하니 총리도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들판에서 탈곡장까지 볏단을 운반하는 것은 농장 뜨락또르(트랙터)와 소달구지는 물론 주민들의 자전거까지 동원해 인력으로 그럭저럭 해내고 있지만 탈곡은 전기가 없으면 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발로 기계를 돌려 탈곡하는 구식 수동탈곡기까지 동원하고 있지만 어림도 없다"며 "전력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11월 말까지도 탈곡을 끝낼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남도의 농업관련 소식통도 같은 날 "평안남도에는 전국에서 제일 규모가 큰 북창화력발전소가 있지만 평양시에 전기를 우선 공급하다 보니 정작 탈곡에 가장 필요한 농장의 전기는 늘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탈곡이 늦어지고 있는 원인은 전력부족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대부분의 탈곡기가 생산된지 30~40년이 넘는 고물이어서 고장이 잦은데다가 베아링(베어링), 벨트 등 각종 부품이 없어 멈춰서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로켓트가 날아다니는 21세기이지만 우리나라 농촌에는 뜨락또르, 모내는 기계, 탈곡기 등 초보적인 농기계조차 부족하다"며 "이동식탈곡기(콤바인)와 같은 기계로 수확하는 량은 전체 수확량의 20~3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위에서는 수단과 역량, 내부 예비를 총동원해 볏단 운반과 낟알털기를 동시에 진행하기 위해 철야전, 입체전을 벌릴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농촌의 현실은 너무나 열악하다"며 "하나부터 열까지 농사를 짓는데 필요한 모든 자재와 장비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