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당국이 영농철을 앞두고 서해바다 갯벌에서 갈게를 잡아 생계를 이어가는 농민들을 단속하고 있어 원망의 목소리가 높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은 9일 “요즘 증산군에서는 서해바다 갯벌에서 갈게(갯벌에 서식하는 작은 게)잡이를 하느라 농민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다”면서 “아침부터 갯벌에서 갈게를 잡아 장마당에 팔아 식량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다”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현재 증산군 장마당에서 살아있는 갈게 1킬로 가격은 내화 3,500원($0.41), 쌀 1킬로에 내화 5,700원($0.67), 옥수수는 3,800원($0.45)으로 알려졌습니다. 갯벌에서 하루 종일 2킬로 이상의 갈게를 잡아 장마당에 팔아야 쌀 1.2킬로 구입이 가능한 것입니다.
소식통은 “봄철에 들어서 날씨가 조금 풀리긴 했지만 아직 서해바다 갯벌에서 갈게를 잡으려면 하루 종일 갯벌을 파내야 밑에 깊숙이 숨어있는 갈게 2킬로를 잡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농민들은 갈게를 잡아 장마당에 팔면 하루치 식량을 마련할 수 있어 갯벌에 몰려들어 갈게 잡이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런데 사법당국이 어제부터 협동농장에 출근하지 않고 서해바다 갯벌에서 갈게 잡이 하고 있는 농민들을 단속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 당국이 영농철을 앞두고 협동농장에서 모판자리를 만들어야 하는 데, 갈게를 잡느라고 출근하지 않는 농민들 때문에 영농준비가 늦어지고 있다며 단속된 농민들을 비판 무대에 세워놓고 자아비판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같은 날 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도 “요즘 서해바다와 연결되어 있는 용천일대의 압록강 하구 갯벌에는 갈게 잡이로 생계를 이어가는 가두여성(주부)들이 많은데, 그 속에는 농민들도 많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갯벌에서 갈게를 잡고 있는 농민들은 갈게잡이철에 어떻게 해서든 보리고개까지 견딜 수 있는 식량을 마련하려고 나선 것이다”라면서 “갈게 잡이는 4월 초까지가 한 철이기 때문에 이 때를 놓치면 그나마 갈게잡이도 어렵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런데 어제부터 안전원들이 갈게 잡이를 하고 있는 농민들을 단속하려고 두 시간마다 한번씩 갯벌을 훑고 있다”면서 “이에 농민들은 안전원이 나타나면 갈대밭으로 뛰어가 숨었다가 안전원이 사라지면 다시 갯벌로 나와 갈게를 캐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미처 피하지 못한 농민들을 잡아 낸 사법당국은 농장선전실에 농민들을 모아놓고, 농업부문에서 혁신을 일으키라는 제8기7차당전원회의 결정 관철에 앞장서야 할 농민들이 갈게 잡이로 개인 돈벌이에 빠지고 있다며 단속된 농민들을 사상투쟁에 내몰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하지만 단속된 농민들은 사상투쟁이 끝난 후 당국이 농민들에게 식량공급을 제대로 안하니 농민들이 갈게 잡이로 고생하는 게 아니냐며 당국을 비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자 손혜민,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