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두끼도 겨우 먹는 북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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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최근 북한 각 지방에서 식량이 떨어진 세대가 속출하고 있고 하루 두끼도 겨우 먹는 주민이 많다는 소식입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코로나 감염병 확산과 관련해 북한 당국이 취한 국경봉쇄와 통제강화로 최근 북한의 식량상황은 최악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올해 초 ‘애국미 헌납’ 운동을 벌이고 군인들에게 차려지는 식량공급량까지 줄였으나 식량부족이 여전한 상황 속에 때이른 보릿고개가 시작되면서 하루 두끼도 겨우 먹는 주민이 적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함경북도 경흥군의 한 주민 소식통은 1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보릿고개가 다가오면서 주민들의 생활 형편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하루 두끼도 겨우 먹는 가정이 정말 많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옛날에는 5~6월을 보릿고개라고 했지만 최근에는 4월이면 벌써 보릿고개가 시작된 것으로 느껴진다”며 “하루하루 살기 힘들다는 아우성이 곳곳에서 들린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전 세계 근로자들의 명절인 5.1절을 뜻깊게 기념하라는 중앙의 지시에 따라 오늘 공장에서 체육경기와 기념행사가 있었다”며 “공장 자금으로 점심에 술과 약간의 고기를 보장해주니 밥만 싸오라는 지시가 있었지만 점심 밥을 싸오지 못한 사람이 거의 절반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이전에는 1년에 한두번 명절날 체육경기를 한 다음 다 같이 둘러앉아 점심을 먹으며 우애를 다지곤 했다”며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 이후 그러지 못하다가 이번에 중앙의 지시도 있고 해서 오랜만에 공장에서 체육경기가 조직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요즘은 (점심밥으로)입쌀이 약간 섞인 강냉이(옥수수)밥만 싸와도 전혀 부끄럽지 않고 오히려 생활이 괜찮은 것으로 인정되는데 그런 가정도 많지 않은 것 같다”며 “점심밥을 싸오지 못한 사람들은 대부분 식량이 떨어졌거나 생활이 어려운 대상들”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전에는 남편이 동원을 가거나 이동작업을 갈 때 집 식구들은 통강냉이를 먹으면서도 남편의 체면을 생각해 점심밥을 이밥으로 싸주었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소식통은 “집에 먹을 것이 떨어져서, 생활이 너무 어려워서 등등의 이유로 출근하지 못하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며 “이 보릿고개가 언제 끝날지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같은 날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요즘 백암군에서도 하루 세끼 밥을 먹는 가정을 찾기 쉽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장사를 크게 하거나 소토지(산에 일군 개인 밭) 농사를 많이 하지 못하는 가정은 영낙없이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우리 동네만 보더라도 1/3 정도의 세대(가구)가 하루 두끼로 생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돈이 없는 가정들은 1kg에 3000원 정도로 가격이 제일 눅은(싼) 통강냉이를 푹 삶아 먹거나 강냉이 국수에 감자나 남새(채소) 같은 것을 넣고 끓인 국수죽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인민반장들이 읍사무소에 식량이 떨어진 세대 명단을 보고하며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기(간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까지 그 어떤 대책이 취해지는 것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 3월 북한이 중국에서 수입한 쌀은 전월보다 약 2.5배 증가한 4만 6762톤이었습니다. 이 중 절반 이상은 영양가도 맛도 없는 가격이 싼 안남미였는데 이 쌀을 북한 주민 전체에 하루 500그램씩 공급한다고 해도 4일분도 안 됩니다.

또 지난해 말 한국 농촌진흥청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식량작물 생산량은 451만 톤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전년보다 18만톤이 감소한 것입니다. 올해 북한 당국이 예년 수준의 곡물을 도입한다해도 수요량 대비 80여 만 톤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한국 통일부도 지난 2월 북한 “일부 지역에서 아사자가 속출하는 등 식량난이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이효정 통일부 부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국내외 연구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 비용을 식량 도입에 사용했을 경우 100만 톤 이상을 구매할 수 있는 규모"라며 "이는 북한 전체의 연간 식량 부족분을 모두 충당하고도 남는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개최된 노동당 제8기 7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농업 문제가 사실상 단일 사안으로 토의되고 김정은이 농업에 대한 국가통제를 강조한 것은 북한의 현 식량부족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보여줍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달 발표한 올해 ‘1분기 작황 전망과 식량 상황 보고서’에서 올해까지 7년 연속 북한을 외부 식량 지원이 필요한 나라로 지정했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