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 “북, 식량난 속 천리마운동 들고 나올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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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이 최근 전원회의를 열어 농사 문제를 집중 논의했지만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안없이 실효성 없는 대책만 내놓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조진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고질적인 식량난이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봉쇄와 홍수, 가뭄 등 자연재해로 인한 작황 감소까지 겹쳐 최근 크게 악화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달 말 전원회의에서 농업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관계체계 완비, 새롭고 능률 높은 농기계 보급, 간석지 개간과 경지면적 확대 등의 과제를 제시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발행된 대외선전잡지 금수강산 3월호는 평양타조목장을 소개하면서 “타조고기와 부산물로 10여종 20여가지 식료품을 생산하고 있다”며 타조의 효능을 적극 홍보했습니다.

앞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2월 단백질 공급원으로서 토끼 사육을 장려하는 운동이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1950년대에 등장했던 ‘풀과 고기를 바꾸자’라는 구호가 다시 등장한 겁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 대신 실효성없는 대책만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권태진 GS&J 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은 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원회의에서 강조된 내용은 이전 회의에서도 이야기했던 것으로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농사를 짓는 것은 의욕만 가지고 되는 게 아니라며 비료나 농기계 등 농사에 필요한 물자들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분석했습니다.

또 그는 포전담당제를 둘러싼 북한 당국의 약속 위반도 곡물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요인 중 하나라고 밝혔습니다.

권태진 GS&J 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은:이제 지금 사실은 기대만큼 인센티브가 돌아가지 못하는데, 그게 개인들에게 열심히 하는 유인도 주고 열심히 하면 생산성도 올라가고, 생산성이 올라가면 분배도 더 많아지고 하는 그런 목표하에 그걸 시작했는데, 사실은 그게 잘 안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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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5일 평양 5월1일 경기장에서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제8기 6차 전원회의 결정 관철을 위한 평양시 궐기대회 중 전원회의가 제시한 경제 분야 12개 중요고지가 대형 전광판에 비친 모습. 1번 목표는 '알곡'·2번은 '전력'이다. [조선중앙TV 화면] /연합뉴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선임국장 역시 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식량난은 북한의 곡물 정책과 유통 과정의 문제, 코로나19 상황이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한 북한의 식량난이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아울러 고스 국장은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김정은이 시장력(Market forces)을 포기하는 것외에 어떠한 급진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 지 모르겠다”며 과거 북한이 시행한 천리마 운동같은 캠페인을 통해 식량난 극복에 나설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 시장의 곡물가격이 상승하는 것도 식량사정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북한경제 전문가인 마커스 놀랜드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 부소장은 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에 대한 접근성이 낮아 식량불안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가 매우 어렵지만, 한국과 미국 정부의 자료와 민간에서 수집한 물가 자료를 종합해 보면 1990년대 기근 이후 가장 적은 것으로 보인다”며 “당시보다 식량부족이 훨씬 덜하기는 하지만 양적 지표는 우려된다”고 밝혔습니다.( It is very difficult to understand precisely the state of food insecurity due to lack of access to the country. But using what data that we have from South Korean and US government sources as well as price data collected by private entities, it appears that the quantity of food available is the lowest since the famine years of the 1990s. This is not to say that North Korea is in a famine—the degree of shortage is much less severe than it was at that time, but the quantity indicators are worrisome.)

그러면서 그는 “북한의 곡물 가격은 전 세계나 중국보다 높으며 때로는 큰 차이가 있다”며 “북한 지역별로도 가격 차이가 증가하고 있다는 증거가 있는데, 이것은 기근 이후 수십년 동안 발전한 국가 곡물 시장이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종합적으로, 매우 걱정스러운 징후”라고 우려했습니다.(Grain prices in North Korea are higher than prevailing globally or in China, sometimes by a large margin. There is some evidence of increasing price divergence across different regions of the country as well. This suggests that the emergence of a genuine national market for grains, which developed in the decades following the famine, may have gone into reverse as well. Taken together, these are worrying signs.)

한편 북한은 지난해 70발 이상의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심각한 만성 식량난 해결보다는 주변국을 위협하는데 더 열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북한이 지난해 미사일을 발사하는 데 소비한 것으로 추정되는 2600억 원은 북한 전 주민이 46일 동안 먹을 수 있는 쌀 50만톤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기자 조진우, 자민 앤더슨,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