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매년 3월 22일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 물의 날입니다. 물 부족과 수질오염을 방지하고 물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해 정한 날인데요, 북한의 식수 환경은 어떨까요? 자세한 내용 자민 앤더슨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은 22일 세계 물의 날을 기념해 발간한 보고서에서 현재 전 세계 약 20억 명이 안전한 식수를 마실 수 없으며, 약 36억명은 안전하게 관리되는 위생시설을 사용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세계보건기구와 유엔아동기금, 세계은행이 지난해 10월 공동으로 발간한 ‘세계 식수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북한에서 안전하게 관리된 식수를 사용하는 인구의 비율은 10명 중 6명 꼴(66%)이었습니다.
특히 도시에 사는 북한 주민은 10명 중 7명 꼴(77%)로 안전하게 관리된 식수를 사용할 수 있었으나 농촌 주민은 절반(49%)에 그쳐 도시와 농촌 간 격차도 큰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 2017년 기준 북한 주민 4명 중 1명꼴(24%)로 분변 오염(faecal contamination)된 식수를 이용할 위험에 처해있는 것으로도 나타났습니다.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최근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북한 학교의 50%, 보육원의 38%가 식수 및 위생시설이 부족한 상태라고 지적하며 우려했습니다.
북한 역시 앞서 지난 2021년 7월 유엔에 자발적 국가 검토 보고서를 제출하고 주민에게 깨끗한 식수를 공급하고 위생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진전이 더디다고 인정한 바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 19 방역조치로 인한 국경 봉쇄와 북한의 국제사회 지원 거부도 북한의 식수 환경 개선을 어렵게 하는 요인입니다.
미국의 대북지원단체 웰스프링은 2007년부터 북한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우물을 파는 능력을 갖추도록 시추기계, 트럭, 필수품과 함께 교육을 제공해 온 단체입니다.
매년 평균 두 차례씩 북한을 방문해 200여 개의 우물을 파온 제임스 린튼 대표는 2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코로나19 발생 이후 여전히 지원 사업이 중단된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북한에 보낼 4번째 시추 기계와 1년 동안 사용가능한 부품, 기구들이 준비돼 있다”며 북한의 국경이 개방돼 우물파기 사업을 재개하기를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의 식수 개선을 위해 정수기를 제공하는 등 꾸준히 지원사업을 해온 미국의 대북지원단체 조선의 그리스도인 벗들 역시 지난해 12월 발행한 소식지에서 “일반적인 무역이나 비영리단체의 인도주의 물품 운송은 여전히 허용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엔과 세계보건기구가 식수 환경 개선을 돕기 위해 세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식수와 위생(WASH) 사업 역시 쉽지 않습니다.
북한이 국제기구의 외국인 직원들의 입국을 막고 있을 뿐 아니라, 연구와 분석을 위한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현승 글로벌피스재단 연구원은 2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특히 시골에서는 깨끗한 물을 접하기가 어려워 군 시절 두어달을 오염된 물로 인한 질병에 앓았다고 털어놨습니다.
2014년 탈북해 현재 미국에 거주 중인 이 연구원은 많은 북한 주민들이 질병의 위협에 노출돼있는 실정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현승 연구원 : 도시를 제외하고 나머지 농촌 지역은 깨끗한 물을 마실 수도 없고, 그런 물을 보는 것 자체가 아마 신기할 겁니다. 다 오염된 물을 마시죠. 자체적으로 판 우물이나, 산 주변에 사시는 분들은 산에서 물을 길러다 먹어요. 흐르는 물이 있잖아요. …우물에 보면 막 올챙이도 떠 다니고요. 근데 그런 물을 다 마셔요.
그는 평양 같은 도시도 한차례 정제된 물이 제공되긴 하지만, 상하수도 체계가 매우 노후화 되어있고 어떤 여과 과정을 거치는 지 정부가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유엔아동기금은 최근 발표한 ‘인도주의 상황 2022년 4분기’ 보고서에서 지난해 2월에서 4월, 북중 철도 개통을 계기로 오랫동안 지연됐던 화물열차 7량 분량의 물과 물통, 비누 등 위생 용품을 북한에 반입했다고 밝혔습니다.
기자 자민 앤더슨,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