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북, 자료부족으로 식량위기국에서 제외”

평양 남사협동농장에서 농부들이 모를 관리하고 있다.
평양 남사협동농장에서 농부들이 모를 관리하고 있다. (/AP)

앵커 :식량실태에 대한 자료 부족으로 북한은 유엔이 올해 발간한 보고서에서도 '식량위기국가' 명단에서 제외됐습니다. 유엔은 북한에 대한 자료 수집이 어려워 정확한 식량 평가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진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 유럽연합(EU) 등이 참여하는 ‘세계 식량 위기 대응 글로벌 네트워크’가 3일 ‘2023 세계식량위기 보고서’(Global Report on Food Crises 2023)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극심한 식량 불안’(acute food insecurity)을 겪는 세계 인구는 58개국, 2억5천800만명으로 추산됐습니다.

이는 2021년(1억9천300만명) 대비 33%(6천500만명)나 급증한 것입니다.

‘극심한 식량 불안’이란 적절한 음식을 섭취하지 못해 생명이나 생계가 즉각적으로 위협을 받는 상황이라고 유엔은 정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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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 등 유엔 산하 국제기구 연합체인 ‘세계식량위기네트워크’가 3일 발표한 ‘2023 세계식량위기 연례보고서’. /유엔 (Jinwoo Cho)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 세계 각국의 식량생산 및 식량안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온 ‘세계식량정보 및 조기경보체계’(FAO-GIEWS)가 외부에 지원을 요청하거나, 식량난 충격(faced shocks)에 직면한 국가 명단을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 3년 동안 최소 한번 또는 지난 10년간 최소 3차례 포함된 50개국 중 한 곳입니다.

이 같은 이유로 당초 북한을 포함한 73개국이 ‘잠재적 식량 위기 국가’(Potential food crises)에 포함됐지만, 북한에 대한 자료가 확인되지 않거나, 이에 상응하는 추정치를 산출하기 위한 자료 및 증거가 불충분해 ‘식량위기국’ 명단에서 제외됐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의 극심한 식량 불안에 대한 정보는 입수하기가 어렵다”면서도 “2021년 데이터(통계)는 이미 취약한 식량 및 영양상태을 시사했으며,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징후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Information on acute food insecurity in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is challenging to obtain. Data from 2021 already suggested a fragile food and nutrition situation (ECHO, March 2023), and there are indications that the situation is worsening.)

그러면서 북한이 지난해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국경을 폐쇄하면서 수입품에 대한 검역 조치가 장기화돼 의약품을 포함한 생필품 부족이 심각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보고서는 북한이 지난 3월 세계식량계획(WFP)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모니터링(감독) 등에 대한 의견이 맞지 않아 식량이 제공되지는 않았다고 밝혔습니다.(The country requested food assistance from WFP but it has not been provided due to disagreement on monitoring access)

세계식량계획(WFP)의 아리프 후세인(Arif Husain) 수석경제연구원(Chief Economist)은 3일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보고서 발표 기자회견에서 이번 보고서에 포함되지 않은 국가들의 자료를 포함한다면 식량위기를 겪고 있는 전 세계가 인구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아리프 후세인 수석경제연구원 : 식량안보 상황이 더욱 나빠졌습니다. 코로나 직전에는 53개국에 약 1억3천만 명이었지만, 오늘날에는 58개국에 2억5천8백만 명으로 식량 불안을 겪는 인구가 거의 두배로 증가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58개국 밖에 수치를 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세계식량계획은 식량 사정이 불안정한 79개국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상황까지 추가한다면 수치가 더 올라갈 것이고, 이것은 우리가 상당히 나쁜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을 말해 줍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2017년부터 2023년 사이 식량위기국가 명단에 단 한차례만 선정됐습니다.

보고서는 분쟁과 기후 변화에 따른 가뭄, 코로나 19의 여파,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전 세계 식량 문제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했습니다.

안토니우 쿠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심각한 식량 부족으로 긴급한 식량 지원이 필요한 인구가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증가했다”며 “이는 세계 기아퇴치를 위한 유엔의 목표를 이행하지 못한 인류의 실패를 보여주는 통렬한 지표”라고 지적했습니다.

기자 조진우, 에디터김소영,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