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적∙신분 속인 북 IT 인력 고용 주의보

이준일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북한 IT 인력에 대한 정부합동주의보 관련 백그라운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준일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북한 IT 인력에 대한 정부합동주의보 관련 백그라운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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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 정부는 북한 IT 인력, 즉 정보기술 전문가들이 국적과 신분을 위장해 한국 기업의 일감을 수주할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 IT 인력에 대한 합동주의보'를 발표했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는 8일 한국 기업들에게 국적과 신분을 위장한 북한 IT 인력을 고용하거나 이들과 업무 계약을 체결하지 않도록 주의와 신원확인을 강화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한국 외교부, 국가정보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일부, 고용노동부, 경찰청,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날 ‘북한 IT 인력에 대한 합동주의보’ 를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국적과 신분을 속인 북한 IT 인력들은 해외 각지에서 IT 분야 구인・구직 웹사이트와 응용 프로그램, 암호화폐 개발 등을 통해 전 세계 기업들로부터 일감을 수주해 매년 수 억불에 달하는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지난 2016년 대북제재가 강화된 이후 북한의 대외수출이 급감하면서 북한 정권의 외화벌이 그리고 핵・미사일 개발 자금 조달에 북한 IT 인력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 IT 인력 중 상당수는 군수공업부, 국방성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에서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기관에 소속돼 있으며, 북한 IT 인력이 벌어들이는 자금의 상당 부분은 이들 기관에 상납돼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주의보 발표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자금 조달을 위한 사이버 공간에서의 불법적인 외화벌이를 차단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임수석 한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현재까지 한국 기업들이 북한 IT 인력을 고용한 사례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그러한 사례는 아직 없지만 해외에서 북한 IT 인력들이 관련 일감을 수주해서 막대한 수익을 얻는 사례가 다수 있었다고 답했습니다.

임수석 한국 외교부 대변인 : 아직까지는 한국 기업이 (북한 IT 인력을) 고용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합동 주의보를 발표하는 것은 그간 해외에서 활동 중인 많은 북한 IT 인력들이 IT 관련 일감을 수주해서 막대한 수익을 이루어낸 사례가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 IT 인력들이 신분을 위조해 한국 기업들의 IT 일감을 수주하는 것이 이론 상 가능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 IT 인력이 한국 기업의 일감 수주를 시도한 경우가 있었다고 말하면서도 구체적인 사례, 시도 시기, 건수 등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또 이들이 한국 국적으로 위장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의 활동 분야에 대해서는 기술 수준이 크게 높지 않은 응용 프로그램(어플리케이션) 개발부터 시작해 블록체인 분야까지 거의 모든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더해 이들의 기술 역량 수준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북한의 외화벌이 수단과 제재 회피 수단이 지능화하고 발전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기업들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정부의 이번 북한 IT 인력 주의보 발표자료에는 이들의 구체적 활동 행태, 신분 위장 수법 등도 담겼습니다.

이에 따르면 북한은 수 천 명의 고도로 숙련된 IT 인력을 아시아・아프리카 등 해외 각지에 파견하고 있으며 이들은 현지에서 여러 명씩 단체로 생활하면서 온라인 구인・구직 플랫폼에서 IT 일감을 수주해 외화를 벌고 있습니다.

일감을 수주할 때나 구인・구직 웹사이트에 가입할 때 이들은 신분증을 조작하거나 타인의 계정을 빌리고 이후 수익을 분배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국적과 신분을 위조하고 있습니다.

타인의 계정을 쓰는 도중 회사에서 화상면접을 요구하는 경우 전화 면접 또는 온라인 채팅으로 유도해 면접을 진행하며 이들 중 일부는 영어 등 외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기도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앞서 미 국무부와 재무부, 연방수사국(FBI)은 지난 5월 국제사회에 북한인들의 IT 업계 위장취업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주의보를 발령한 바 있습니다.

기자 이정은,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