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감염병 사태와 대북제재로 인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경제 상황이 마비될 수준은 아니며, 당분간 정책 변화 없이 '버티기'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가 22일 서울에서 주최한 기자 대상 전문가 간담회.
최지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과 최은주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이 자리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집권 10년 동안의 경제성과를 설명하며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감염증 사태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등에도 불구하고 아직 북한 경제가 마비될 수준에 이르지는 않았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당분간 대외정책에 변화를 주지 않고 이른바 ‘버티기’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최은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른바 ‘고난의 행군’으로 대표되는 지난 1990년대 수준의 경제난이 닥쳐야 북한이 국제사회에서의 태도를 바꾸겠지만 그런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며, 단기간에 경제상황 악화로 인한 대외정책 변화가 나타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최지영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 경제활동의 핵심인 원유 및 비료의 수입량과 관련해 “원유는 대북제재와 무관하게 도입되고 있고, 비료도 김정은 집권 후 북한 내 생산량이 늘었으며 올해도 해상으로 비료를 수입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대북제재와 감염병 사태로 인한 경제 침체가 산업 마비 등의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며, 현재의 어려움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 북한이 ‘그럭저럭 버티는’ 방향으로 경제정책을 펴나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집권 후 10년 동안의 경제상황과 관련해선 집권 초반에는 비교적 양호했지만 후반기 들어 악화됐다는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최은주 연구위원은 ‘사회주의 기업책임관리제’를 예로 들며, 김정은 집권 초기에는 이 같은 경쟁과 혁신을 통한 실용적인 산업정책 및 대중무역 확대로 2016년까지 매년 1%대의 연도별 경제성장률을 보였지만 그 이후에는 강화된 대북제재와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인해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 지난해에는 -4.5%까지 추락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북제재보다는 코로나19 사태가 북한 주민들의 생활에 더 큰 타격을 입혔다는 분석도 제기됐습니다.
최지영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사태가 북한의 수입에 큰 악영향을 주면서 그로 인한 경제적인 충격이 경제 전반과 민생으로 확대됐다며 이같이 분석했습니다.
대북제재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수출에 집중돼 광업과 중공업에 주로 타격을 줬지만 농업과 임업, 어업, 경공업, 기타 서비스업 등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설명입니다.
정승호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 교수도 이날 한국경제학회가 개최한 토론회에서 북한이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지난 1990년대 이후 최대의 경제위기를 겪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정 교수는 이 자리에서 지난해 기준 북한의 국내총생산(GDP)이 지난 2010년과 비교해 95%에 그쳤으며, 특히 광업과 중화학공업 생산은 10년 전 대비 70% 수준까지 하락했고 무역액은 수출입 모두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말했습니다.
역시 강화된 대북제재에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국경 봉쇄의 영향이 겹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정 교수는 북한이 집단농장을 해체하고 소유 제도를 개혁하는 등 근본적인 조치를 하지 않은 상황에 핵·경제 병진노선과 자급자족 정책을 이어가는 것은 ‘퇴행’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퇴행적인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경제 제재는 지속적으로 강화될 것이고, 중간재와 자본재 수입 제한 조치로 산업 기반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며 경제 회복과 성장을 위해서는 대외관계 개선을 통한 외부자본 유치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내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는 상황에 북한이 경제 문제보다 방역에 집중할 것이며, 스스로 대화에 복귀하기도 어려운 상황인 만큼 자력갱생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이희옥 성균관대학교 교수(지난 15일 한국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주최 토론회): 대화 국면에 쉽게 나오기도 어렵고 환경이 잘 만들어질 것 같지도 않으면 북한이 일단 어려운 상황에서 선택하는 것은 자력갱생을 통한 정면돌파전을 당분간 유지하는 것 밖에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민의 66% 정도가 남북 이산가족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세대가 내려갈수록 관심이 떨어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서울시가 21일 발표한 서울시민 대상 남북 이산가족 설문조사에 따르면, 70세 이상 응답자 가운데 75% 정도가 이산가족 문제에 관심을 보인 반면 20대에서는 57%만 관심을 갖고 있다고 답해 이 같은 경향을 보였습니다.
반면 ‘남북 이산가족 문제가 시급하다’고 응답한 시민은 전체의 70%에 가까웠고, 해결 방법으로는 절반이 넘는 응답자가 ‘생사확인’을 꼽은 가운데 대면 및 화상 상봉, 전화 및 서신교환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지난 1985년 시작된 이후 21차례에 걸쳐 성사됐지만 남북관계 교착과 감염병 사태 등으로 지난 2018년 8월을 마지막으로 중단된 상황입니다.
한국 통일부가 올해 실시한 3차 이산가족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생존자 5천3백여 명 가운데 82%는 아직 북한 내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번 설문조사는 서울시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의 시민 1천5백 명을 대상으로 지난 10월 26일부터 11월 2일까지 실시됐고, 신뢰수준은 95%에 표준오차는 ±2.53%포인트입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