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개성공단 무단 사용, 실질적 대응방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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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이 개성공단 내 한국 측 시설을 무단 사용하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이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현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실질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와 관련한 한국 내 전문가들의 견해를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지난 6일 한국 통일부는 북한이 개성공단 내 한국 기업의 공장을 무단 사용한 것에 대해 명백한 재산권 침해이자 남북합의 위반이라고 지적하며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는 법률 전문가 및 관계기관 등과 관련 해법을 모색 중입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현재 개성공단 현장 방문이 불가능하고 북한과의 접촉이 사실상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고 말하면서도 취할 수 있는 방안은 모두 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홍양호 전 통일부 차관은 18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남북 간 상사분쟁 해결 절차를 언급했습니다.

지난 2000년 남북 정상회담에 따라 채택된 ‘남북사이의 상사분쟁 해결절차에 관한 합의서’에 따르면 남북은 경제교류 및 협력과정에서 발생하는 상사 분쟁을 당사자 사이의 협의, 혹은 중재의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을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홍 전 차관은 “북한이 명백히 불법적인 행위를 하고 있어 대내외적으로 이와 관련한 강력한 메시지를 내놓을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상사분쟁 해결 절차를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강제성이 부족해 실효성은 떨어질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해외의 북한 자산을 압류해 이를 개성공단 사업주들에게 배상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입니다. 북한의 자산이 있는 국가를 찾아야 하고 이와 관련해 복잡한 국제법적 절차도 밟아야 하기 때문에 긴 시간이 소요된다는 겁니다. 특히 한국 정부의 경우 당사자의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제한적이라는 평가입니다.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법률분석관은 18일 “개성공단 사업주들의 경우 이 같은 소송을 진행한다는 것 자체가 개성공단 사업을 포기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소송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신 분석관은 개성공단 문제 해결의 대안으로 유엔 결의안에 북한의 개성공단 무단 사용을 규탄하고 이에 대한 해결을 요구하는 내용을 삽입해 북한을 압박하는 방법을 거론했습니다.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법률분석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활용할 수 있겠지만 안보리에서는 중국이나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니까 쉽지 않을 겁니다. (다만) 재산권 침해 내용으로 관련 문제에 대해 북한이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내용을 유엔 총회나 인권이사회 북한인권결의안에 넣으려고 하면 할 수 있을 겁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개성공단 무단 사용으로 인해 발생한 사업주들의 피해를 한국 정부가 먼저 구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개성공단 사업은 한국 정부가 정책적으로 장려했고 또 중단한 사례이기 때문에 정부가 손실보상을 먼저 해야 한다는 겁니다.

한국 정부가 개성공단 자산을 국유화하는 조치를 내려 입주기업들에 환매권을 부여하고 이를 통해 정부가 당사자 지위에 오르면 북한과의 협상력도 올릴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통일법제 전문가인 한명섭 법무법인 한미 변호사는 18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북한과 상호주의적 관점의 경제협력은 어렵다”며 “한국 정부가 개성공단 내 민간의 자산을 일반적인 기준에 따라 국유재산으로 편입해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명섭 법무법인 한미 변호사 :정부가 (개성공단 기업들의) 자산을 인수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상당기간 공단이) 재개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에 재개되면 정부가 사업주들에게 환매하면 됩니다.

한 변호사는 북한에 개성공단 설비와 시설 등을 사용하게 하고 향후 이와 관련된 비용을 정산하는 방안도 제안했습니다. 오히려 설비와 시설을 장기간 사용하지 않고 방치하면 향후 공단 가동이 불가능한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변호사는 “개성공단의 시설 및 설비의 유지, 관리 차원에서 북한의 사용을 허용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다만 이 같은 협의가 이뤄지려면 그동안 남북 경협을 주도한 현대아산을 통해 진행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