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개성공단 내 의류생산설비가 북한 당 39호실 산하 수출피복공장으로 대량 이전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한기업 재산권에 대한 침해가 북한 당국의 지시로 실행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되면서 남한의 기업들이 그대로 두고 나온 생산설비를 무단 가동하는 북한.
이제는 개성공단의 생산설비를 무단 이전해 당 자금을 확보하는 외화벌이 사업에 활용하고 있어 파장이 예상됩니다.
평안북도의 한 무역 관계자는 25일 “이달 초 신의주에 자리한 은하(수출)피복공장에 전기재봉기(미싱) 백대를 들어왔다”며 “전기재봉기는 개성공단에서 실어왔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2016년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갑자기 중단된 개성공단에는 남한 기업이 운영해왔던 의류 생산업체가 수십 곳이어서 의류 생산설비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남한기업 재산인 의류 생산설비(미싱)를 은하수출피복공장으로 이전했다는 설명입니다.
북한에는 내각 경공업성 산하 피복총국이 운영하는 수출피복공장도 있지만 당 39호실 산하 은하지도국이 운영하는 수출피복공장이 평양을 비롯한 전국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평안북도에도 200명 규모의 종업원이 일하는 은하피복공장이 신의주와 동림군에 자리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개성공단) 전기재봉기(미싱)가 신의주 은하(수출)피복공장에 이전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라며 "코로나 전에 동림군에 있는 수출피복공장에도 전기재봉기가 개성공단에서 30대 정도 이전되었지만( 관련기사), 올해처럼 백대 규모로 대량 이전되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습니다.
평양에 자리한 은하지도국 산하 수출피복공장에도 개성공단에서 의류 생산설비가 대량 이전되어 가동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이 전했습니다.
평안북도에 출장을 나온 평양시의 한 간부 소식통은 26일 “올 3월 내가 일하는 모란봉구역 수출피복공장에 하얀 전기재봉기가 트럭에 실려 들어왔다”면서 “전기재봉기는 개성공단에서 실어왔다”고 전했습니다.
평양에는 중구역을 비롯한 11개 중심구역에 당 39호실 산하 은하지도국이 운영하는 크고 작은 수출피복공장이 수백여 곳 달합니다. 모란봉구역에 있는 수출피복공장은 500명 정도의 종업원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은 “평양에서 규모가 큰 수출피복공장에는 중국에서 수입된 전기재봉기와 오바르크 설비 등이 구축되어 있다”면서 “하지만 개성공단에 있는 의류 생산설비보다 품질이 안 좋아 고장이 잦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4월에 들어 중국기업로부터 의류 임가공 수주가 늘어나자 은하지도국은 수출피복공장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중앙에서는 개성공단 내 의류 생산설비를 무단 이전해 가동함으로써 외화벌이 사업을 확장하도록 승인했다”고 소식통은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의류임가공으로 당 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것인데, 오래 전부터 북·중 간 의류임가공은 북한의 외화벌이에서 석탄수출 못지않게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중국기업이 의류원단과 원부자재를 북한에 제공하면 북한에서 의류를 가공해 중국에 넘겨 외화를 버는 것이 적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북·중 간 의류임가공은 북한 근로자들이 중국에 파견되어 진행되는 형태도 있지만, 2017년 해외 체류 북한 근로자들을 2019년 말까지 철수시키도록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2397호가 채택되면서 줄어들었습니다. 중국 체류 북한 근로자들이 상당부문 철수했기 때문입니다.
소식통은 “하지만 의류임가공은 외화벌이 수익이 적지 않아 중국 현지에 남아있는 (북한)노동자들과 국내 수출피복공장 노동자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진행되어 왔다”며 “현재 의류원단과 원부자재는 화물열차와 해상무역으로 (북한으로) 들여와 수출피복공장에 공급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2017년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응해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한 2375호에는 북한산 섬유제품 수입도 금지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북한이 개성공단의 의류 생산설비를 무단 이전해 가동하면서 임가공의류를 생산해 중국에 수출하는 것은 개성공업지구법은 물론 유엔 대북제재결의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입니다.
기자 손혜민,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