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재개 로비 활동은 돈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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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의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의 모임인 개성공단기업협회가 지난 7월 미국 내 로비 활동을 위해 약 90만 달러를 들여 대형 법률 사무소(law firm)와 계약한 것과 관련해, 미국 일부 전문가들은 대북제재 위반 소지로 인해 개성공단 재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관련 로비 비용은 엄청난 낭비라고 지적했습니다. 이경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로비는 기본적으로 의회에서 법을 만들거나 없애는 데 영향을 행사하는 원외 운동을 말하며, 미국은 로비가 합법적이며 로비활동 공개법에 따라 로비스트가 정부 혹은 의회의 어떤 이들을 만났는지 공개하게 돼 있습니다.

실제 미국은 외국인에이전트등록법(FARA ·Foreign Agents Registration Act)에 따라 시민 단체나 기업 뿐 아니라 외국 정부와 기관도 보고 의무가 있으며, 6개월에 한 번씩 미국 법무부에 관련 자료를 등록해야 합니다.

대북제재 전문가인 미국의 조슈아 스탠튼(Joshua Stanton) 변호사는 4일 자신의 북한 관련 인터넷 웹사이트인 '원 프리 코리아(One Free Korea)'에 '노예제 판매: 한국 투자자들의 90만 달러 개성 로비 운동'(Selling Slavery: South Korean investors' $900,000 Kaesong lobbying campaign)이란 글을 통해 개성공단 로비 활동은 돈 낭비라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외국인에이전트등록법(FARA)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내년 5월까지 개성공단기업협회는 미국 입법부와 행정부 등을 상대로 로비를 해주는 대가로 미국 대형 법률회사인 '필스버리 윈트롭 쇼 피트먼(Pillsbury Winthrop Shaw Pittman LLP)'사와 한국의 '에이치씨 앤 썬'(HC & Sons LLC)사에 90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계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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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에이전트등록법(FARA)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내년 5월까지 개성공단기업협회는 미국 입법부와 행정부 등을 상대로 로비를 해주는 대가로 미국 대형 법률회사인 ‘필스버리 윈트롭 쇼 피트먼(Pillsbury Winthrop Shaw Pittman LLP)’사와 한국의 ‘에이치씨 앤 썬’(HC & Sons LLC)사에 90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계약했다. /미국 법무부. (Kyung Ha Rhee)


이와 관련, 스탠튼 변호사는 개성공단 재개를 위해 로비자금으로 90만 달러를 지출하는 것은 예외적으로 많은 금액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개성공단 재개는 정치적, 법적 장애물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면서, 공단 운영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위반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그는 개성공단 재개로 인한 자금을 북한에 송금하기 위해서는 미국 재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며, 개성공단 내 북한의 노예 노동을 통해 만들어지는 제품들은 미국의 관세법에 따라 수입이 금지될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지난 2월 미국 국토안보부(DHS)는 지난 2017년 8월 제정된 '러시아·북한·이란에 대한 통합제재법'(CAATSA, Countering America's Adversaries Through Sanctions Act) 제 321조 b항(Section 321(b))에 따라, 미국에 반입된 물품이 북한인의 강제노동에 의한 것이란 증거가 발각될 경우 국토안보부 세관국경보호국(CBP)이 몰수나 압수 조치를 취하고 벌금, 민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아울러 미국 워싱턴의 민간연구기관인 한미경제연구소(KEI)의 트로이 스탠가론(Troy Stangarone) 선임국장도 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가 없는 한 개성공단 재개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그는 개성공단 재개를 위해 약 100만 달러의 자금이 로비에 지출됐지만, 북한의 핵 문제 해결에 대한 명확한 전망이 없기 때문에 개성공단이 운영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개성공단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유엔과 미국의 제재, 대북송금 문제, 정치적 위험 등 여러가지 부수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스탠가론 선임국장: 개성공단을 재개하려면 유엔과 미국의 제재완화가 필요합니다.

아울러 미국 중앙정보국(CIA) 분석관을 지낸 수 김(Soo Kim) 랜드연구소 정책분석관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협력이 북한 주민들에게 진정한 협력과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여겨지는 것은 허황된 꿈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개성공단 재개는 북한 김정은 정권에 이익이 될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 전문가단의 알라스테어 모건(Alastair Morgan) 전 조정관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완화는 '전제'가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는 북한이 제재결의를 위반하면서 핵,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대북제재 완화에 대한 전제가 충족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은 미국의 전제 조건 없는 대화에 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5일 개성공단 재개 등 대북제재 완화와 관련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논평요청에 "북한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제재 회피 노력을 통해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지속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The DPRK continues to fund its WMD and ballistic missile programs through sanctions evasion efforts in violation of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그러면서 그는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의무를 준수하며 미국과 지속적이고 집중적인 협상에 임해야 한다는 강력하고 통일된 메시지를 국제사회가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It is important for the international community to send a strong, unified message that the DPRK must halt provocations, abide by its obligations under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and engage in sustained and intensive negotiations with the United States.)

이어 그는 북한에 대한 유엔의 제재는 여전히 유효하며, 우리는 유엔 및 북한의 이웃 국가들과의 외교를 통해 이를 계속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United Nations sanctions on the DPRK remain in place, and we will continue to implement them, including through diplomacy at the United Nations and with the DPRK's neighbors.)

한편, 개성공단기업협회는 개성공단이 폐쇄된 지 올해 5년차에 접어들었지만 공단이 재개될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고, 손실 보상 등 한국 정부 대응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로비 활동 등을 벌이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 8월 개성공단기업협회의 이재철 회장은 9월에서 10월 중 미국을 찾아 로펌을 통해 주요 인사들과 직접 만나고 공단 재개의 당위성과 가치를 청원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려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 이 회장은 지난 6월 6·15 남북공동선언 21주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갖고 "막대한 피해와 폐쇄 후유증으로 폐업 기업들이 늘어 개성공단 복원의 불씨마저 사그라들고 있다"며 "너무 늦었지만 남북 정부가 복원과 정상화를 논의하는 대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5일 현재 '외국인에이전트등록법'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 북한을 위해 활동 가능(active)한 '외국 에이전트'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북한은 2003년 미국 몬타나주에 거주하는 주남훈(Chu, Nam Hoon)씨와 2004년 유라시아 산업개발 연구소(Institute for Business Development in Euro Asia Limited), 미주조선평양무역회사의 박일우 대표(Park, Il Woo) 등 총 3명을 '외국 에이전트'로 등록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들 모두의 자격이 정지돼 현재 공식적으로 북한이 미국에 등록한 '외국인 에이전트'는 전무한 상태입니다.

지난 2003년 주남훈 씨가 제출한 외국 에이전트 신청 서류에 따르면 그는 북한 정부를 대리해 미국 등 해외 이산가족의 상봉을 주선해 수수료(commission)를 받았습니다.

또 영국의 뉴캐슬을 소재지로 하고 있는 유라시아 산업개발 연구소는 북한 정부를 대신해 투자 유치를 담당했습니다.

비교적 최근에 자격이 정지된 박일우 대표는 김광윤 북한 금강산 국제관광특구 지도국 부장의 에이전트로 등록했고, 미국에서 자신이 수행하는 임무를 금강산 관광을 위한 선전, 투자유치, 관광객 모집 등으로 명시했습니다.

기자 이경하,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