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들, ‘비싼 가격’에 지방공장 상품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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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평안남도 성천군 지방공업공장에서 생산된 상품들이 턱없이 비싼 가격 때문에 주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해 12월 20일, 김정은 총비서의 참석 아래 요란한 준공식을 가졌던 성천군 지방공업공장.

당시 공장들을 둘러 본 김정은 총비서는 운영을 정상화하고, 상품의 질을 높이는 데 선차적인 힘을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곳에서 생산한 상품들이 성천군 주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고 복수의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얼마전 출장 목적으로 평안남도 성천군을 방문하고 돌아왔다는 양강도의 한 간부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0일“도대체 지방공업공장을 왜 짓는지 모르겠다”며“성천군의 실태를 알고 나니 지방공업공장에 걸었던 기대가 완전히 허물어지고 말았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애초 지방공업공장을 건설하는 목적은 도시와 지방의 차이를 줄이고, 지방 주민들의 생활을 평양시 주민들 수준으로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했다”며“그런데 정작 성천군에 가보니 지방공업공장이 오히려 지방 주민들을 약탈해 가난을 재촉하는 수단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성천군에 새로 건설한 식료품공장과 종이공장, 옷공장은 지난해 12월 초부터 시범적인 가동을 거쳐 12월 20일에 김정은을 모시고 준공식을 가졌다”며“때문에 성천군 주민들은 공장에서 생산한 상품들을 설 명절에 헐값으로 공급할 것으로 기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주민들의 기대와 달리 성천군은 설 명절에 아무 공급도 없었다”며 “옷공장은 자재가 없어 준공 첫날부터 생산을 못했고, 식료공장과 종이공장에서 생산한 상품들은 성천군 종합상점과 농촌 상점들에 진열하고 있다가 1월 10일부터 판매를 시작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사람들을 놀라게 한 건 상점들에 진열된 상품의 가격이었다”며“밀가루로 만든 된장 1kg에 4천원(0.18달러), 간장 1kg에 2천3백원(0.1달러)이고 강냉이로 만든 25%의 소주 1병은 8천원(0.36달러), 500그램짜리 식용유 1병은 1만2천원(0.54달러)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지방공업공장에서 생산한 상품들이 장마당에서 개인들이 파는 상품보다 가격이 비싸다”며“사정이 이렇다보니 지방공업공장 상품들을 파는 성천군 종합상점은 손님이라곤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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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제1백화점 내부 모습 [조선의 오늘 캡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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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사정으로 최근 성천군을 방문하고 돌아왔다는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21일“성천군 종합상점에 들려보니 여러가지 형태의 학습장(노트)과 비닐 그릇들, 평성신발공장에서 만든 운동화와 식료품들이 꽤나 진열돼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난방이라곤 전혀 없는 상점 안에 판매원 두 명만 두터운 동복을 입고 매대를 지키고 있었다”며 “외지에서 온 손님들이 가끔씩 지방공업공장에서 생산된 상품들을 구경하기 위해 들릴 뿐 상품을 사러 오는 현지 손님은 거의 없다는 것이 판매원들의 말이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판매원들도 매우 답답하고 힘든 표정들이었다”며“판매원들의 말에 따르면 종합상점을 관리하는 성천군 상업관리소에서도 상품의 가격을 내려 줄 것을 인민위원회에 거듭 요청하고 있지만 인민위원회는 묵묵 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지방공업공장에서 생산한 상품들의 가격은 지방 당위원회와 인민위원회, 상업관리소와 협의해 자체로 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하지만 원료 가격이 비싼데다 국가에 30%의 이익금을 바쳐야 하기 때문에 가격을 함부로 내릴 수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된장 원료인 밀가루 하나만 보더라도 현재 국가에서 정한 가격이 kg당 8천원(0.36달러)으로 양곡판매소와 별반 차이가 없다”며“밀가루 1kg으로 된장 4kg을 만드는 데 노동자들의 월급과 원료비, 유통비와 판매비까지 빼고 나면 남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고 소식통은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지방공업공장에서 더 많은 이익을 보기 위해 국가가 원료 가격을 지나치게 높게 받고, 이익금도 30%씩 떼어가고 있다”며“지금의 상태를 계속 유지하게 된다면 결국 지방공업공장은 상품을 팔지 못해 노동자들에게 월급을 주지 못하게 되고, 월급을 받지 못한 노동자들은 출근을 안해나중엔공장 자체가 멈추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