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김정은 총비서의 딸 김주애는 수천 달러의 명품 제품으로 추정되는 외투를 착용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백두혈통을 과시하려는 목적, 대북제재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음을 대외에 보이려는 의도 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17일 북한 관영매체가 공개한 김정은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7형 시험발사 참관 영상에서 김정은의 딸 김주애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크리스찬 디올’의 제품으로 추정되는 검은색 외투를 입고 있었습니다.
이 제품은 디올의 ‘키즈 후드 다운 재킷’으로 추정되며 디올 홈페이지에서 240여만 원, 미화로 1,900달러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디올 홈페이지에서 김주애 추정 연령대에 해당하는 10세로 사이즈(크기)를 설정하면 해당 제품의 가격은 2,800달러까지 오릅니다.
앞서 김정은도 스위스 명품 브랜드 시계를 손목에 차는 모습 등이 포착된 바 있습니다.
김정은은 2020년 10월 10일 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경제적 어려움에 빠진 주민들을 달래며 눈물을 보였는데 이날 착용한 스위스 IWC의 손목 시계는 한국돈 약 1,400만원, 미화로 10,900달러입니다.
김정은이 전용 의전차량으로 사용하는 메르세데스 벤츠 마이바흐 S600 풀만가드, 마이바흐 S62 역시 고가의 차량입니다.
이와 함께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는 공개석상에서 수백만 원대 디올 핸드백을 착용하고 명품 브랜드(상표) 구찌, 베르사체 원피스를 입기도 했습니다.
최근 북한에서 식량난으로 인해 아사자가 속출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북한 김씨 일가의 사치품 소비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지난 9일 유엔 인권이사회(UNHCR)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 사이 북한 전체 인구의 42% 가량이 영양실조에 시달렸습니다.
한국 농촌진흥청의 지난해 12월 발표에 따르면 북한의 2022년 식량 생산량은 451만 톤으로 2021년에 비해 3.8% 감소했습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최근 북한을 외부의 식량 지원이 필요한 나라로 재지정하기도 했습니다.
임을출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가장 좋은 옷을 입혀 김주애가 백두혈통임을 과시하려는 측면이 있다고 해석한다”고 밝혔습니다.
임을출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김정은의) 딸 김주애는 특히 북한에서 굉장히 존귀한 존재라고 하잖아요. 가장 좋은 옷을 입혀서 백두혈통을 과시하는 그런 측면이 있지 않을까 그렇게 저는 해석을 합니다.
임 교수는 김정은이 예전부터 고위 간부들에게 고가의 명품을 선물하며 다른 사람들의 충성을 이끌어내는 ‘선물정치’를 해왔다며 김주애가 명품을 입은 것이 새로운 현상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최경희 샌드연구소 대표는 대내적인 메시지와 대외적인 메시지로 분리해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먼저 대내적인 메시지와 관련해 최 대표는 대다수의 북한 주민들은 김주애가 입은 옷이 명품인지 아닌지 구별하지 못한다며 색상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주애가 처음 등장할 때 하얀색 의상을 입은 의도는 북한 주민들에게 신선함을 전하기 위해서였고 이후 김주애가 검은 계통의 의상을 입은 의도는 진중하게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데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최 대표는 또 대외적으로는 김주애가 명품을 입은 모습을 통해 국제사회의 제재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목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2006년 유엔 안보리 대북제제 결의 1718호에 따라 유엔 회원국들은 북한과 사치품 교역을 금지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최경희 샌드연구소 대표 :북한 주민에게 보여주는 것은 흰색이냐 검정색이냐 아니면 화려한 색상을 선택했냐 이런 것들에 의미가 있는 거예요. 김주애가 두 번째부터는 다 검정색상을 사용했거든요. 일을 하고 있고 활동하고 있다는 의미를 부여하기에 좋은 색상들이에요.
김주애가 고가의 옷을 입었다는 사실을 안다면 북한 주민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묻는 질문에 전문가들 의견은 다소 엇갈렸습니다.
임 교수는 김주애가 고가의 옷을 입고 나타난 것에 대해 북한 주민들이 비난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최 대표는 북한 사회 안에도 백두혈통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주민, 북한 체제에 대해 비판적인 관점을 가진 주민 등 다양한 성격의 주민이 있다며 전자의 경우 김주애의 명품 착용을 문제 삼지 않겠지만 문제의식이 있는 주민들의 경우 배신감을 느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