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북 ‘금강산 우리식으로 건설’ 표명에 “만나서 협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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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 통일부는 북한이 금강산관광지구를 자체적으로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과 관련해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감염증 사태가 완화되면 대면 협의를 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0일 북한 관영매체가 보도한 김덕훈 북한 내각 총리의 금강산관광지구 개발사업 현장 시찰 소식.

이에 따르면 김 총리는 금강산관광지구 개발 현장을 돌아보면서 "관광지구를 민족적 특성과 현대성이 결합된 우리식으로 건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금강산관광지구에 대한 독자적인 개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에 한국 통일부는 21일 "남과 북이 금강산 지역 현안 문제를 해결하고 국제적인 관광지로 발전시켜 나갈 필요성에 대해 서로 공감하고 있는 만큼 신형 코로나 상황 등을 고려해 적절한 시기에 만나 협의해 나갈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측 발언의 의도와 관련해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0월 금강산 시찰 과정에서 금강산 내 한국 측 시설을 모두 철거하라고 지시하고, 그해 12월에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이듬해 2월까지 철거를 재촉하는 대남 통지문을 발송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한국 측은 대면 협의를 통해 일부 노후시설을 정비하자고 요청했고, 이후 북한이 지난 1월 신형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금강산 한국 측 시설 철거를 당분간 연기한다는 통보문을 보내오며 협의는 중단됐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21일 북한의 연기 통보가 남북 간 금강산 시설 철거 관련 마지막 협의였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측의 이번 금강산 개발 관련 메시지와 관련해, 대내적으로는 내년 초로 예고된 제8차 당대회를 앞두고 태풍 피해와 수해로 인해 흐트러진 해당 지역의 민심을 다잡으려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태풍과 수해가 이어졌던 지난 여름 이후 김정은 위원장이 그동안 애정을 쏟아온 원산·갈마, 금강산 지역을 방문하지 않은 것은 그만큼 해당 지역의 피해가 컸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란 설명입니다.

대외적으로는 한국을 향해 남북관계 개선의 여지를 남겨뒀다는 것이 조 선임연구위원의 분석입니다.

개발은 자체적으로 진행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지만 금강산 관광이 진행된 10년 동안 현지를 찾은 관광객들이 대부분 한국 국민들이었던 만큼 한국을 배제하고 관광 사업을 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북한도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일단은 자체적으로 개발하겠지만, 주 고객은 한국 국민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자체 개발 계획이 있더라도 어떤 경우든 한국과 협력하지 않으면 수지타산을 맞춰 경영 정상화를 이루기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10월 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연설을 통해서도 신형 코로나 사태가 끝나면 한국과 협력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한 만큼 이번 금강산 개발 의지 표명도 결국 남북관계 개선을 염두에 둔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 측이 의지 표명에도 불구하고 금강산관광지구 개발에 빠른 시일 안에 착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독자 개발 지시가 내려져 현장을 마냥 방치할 수는 없는 상황에 내각 총리가 현장을 찾아 개발계획을 점검했지만, 공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하려면 신형 코로나 사태의 종식과 그로 인한 북중 교역 재개 등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실제 공사에 착공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신형 코로나도 있고,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도 아직 완공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임 교수는 신형 코로나 등으로 인해 북한이 공사에 투입할 수 있는 자금도 제한적일 것이라며 북한 내의 부족한 자원을 꼭 필요한 사업에 '선택과 집중'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이를 금강산 개발에 투입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세계적인 관광지구를 만들겠다는 기존의 방향성은 유지하되, 이를 둘러싼 여러 가지 상황이 개선 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