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 평안도 일부 지역에서 연탄가스 사고가 빈번한 가운데, '빙두' 혹은 '얼음'으로 불리는 마약(필로폰)을 주민들이 연탄가스 해독제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해마다 겨울이면 북한에서는 취사·난방용 석탄을 사용하는 내륙 지역 중심으로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가 발생합니다. 그러나 보건의료시설이 열악하다 보니 북한 주민들은 일산화탄소 중독을 해독한다며 마약의 일종인 필로폰을 비상약품으로 비축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에서 필로폰 소지는 불법이지만 필로폰 사용이 대중화돼 한국이나 미국에서 손님이 오면 커피를 대접하듯이 북한에서는 귀한 손님에게 필로폰을 흡입하도록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에서 귀한 손님들 중 대부분이 간부들이서 필로폰이 뇌물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어 보편화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3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안주탄광 마을 탄부가족들은 탄내(일산화탄소)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얼음(필로폰)을 조금씩 갖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갈탄이 매장된 안주탄광지역에는 갈탄(유연탄)을 그대로 아궁이에 넣고 살림집 난방과 취사를 해결하는 주민들이 많습니다. 무연탄에 비해 유연탄을 사용하면 불안정한 연소로 가스중독 사고에 노출되기 쉬워 주민 대부분 마약 필로폰을 가스 해독제로 비축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소식통은 “그제(21일) 탄광마을에서 4인식구가 밤새 탄내를 먹고 죽을 뻔 했다”며 “(탄광에서)밤교대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세대주가 발견하고, 비상약으로 보관했던 얼음 연기를 쏘여주고 살려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탄내 중독사고로 죽게 되어도 병원에서는 산소 호흡기도 꽃아 줄 형편이 못 된다”며 “이에 사람들은 얼음 연기를 코로 쏘이면 산소가 공급된다고 믿어 탄내 해독제로 얼음을 비축했다가 비상시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같은 날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겨울이 시작되면 정주에서는 탄내사고를 방지한다며 당국이 인민반별 탄내순찰대를 운영하도록 한다”고 전했습니다.
지난해 11월부터 정주에서는 지역별 인민반장의 책임 아래 연탄가스 순찰대가 운영되는데, 새벽 3시와 5시 살림집 문을 두드리고 집 안에서 대답하면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온돌과 굴뚝으로 바람이 통하지 않는 날에는 탄내순찰대가 오기 전 탄내가스에 중독된다”며 “탄내 중독 해독에 가장 빠른 약이 빙두라고 알려져 웬만한 사람들은 비상약으로 빙두를 1그람(g)정도 보관하고 있다”고 이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북한에서 빙두(필로폰)의 공식 생산지는 국가과학원, 비공식 생산지는 화학공업도시인 함흥과 순천으로 여기서 전국으로 유통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격은 생산지역과 소비지역에 따라 다른데, 코로나 19 이전까지 보통 생산지에서는 1그람 당 5만원(6달러)정도, 소비지에서는 10만원(12달러) 정도에 거래됐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이어 “특히 겨울이 오기 전 무연탄을 구매해 구멍탄을 빚어 건조한 다음 난방과 취사에 사용해야 하지만, 가난한 집에서는 월동준비 못하고 겨울에 그시그시(그때그때) 무연탄을 양동이로 구매해 찍은 젖은 구멍탄을 때다 보니 탄내 사고에 더 자주 노출된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러한 실정에 가난한 집에서도 겨울이 오면 돈을 모아 탄내 중독 해독제로 빙두를 조금 비축해놓고 사용하고 있다”며 “보건의료시설이 개선되지 않으니 빙두는 탄내 해독뿐 아니라 뇌졸중과 감기 등에도 사용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하면서 마약사용을 뿌리뽑도록 했으나 각 기관마다 외화벌이 계획이 부과된 것이 마약생산을 부추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마약을 제조해 밀매하는 것이 단기간 외화를 벌수있고 충성자금 실적쌓기도 가능하기 때문에 통제는 무의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2018년부터 북한 일부 지역에 재활병원이 운영되는데, 마약 중독자를 치료하는 병원이지만 치료비가 자비 부담인데다 식량난, 의약품 부족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여서 마약사용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입니다
한편, 앞서 한국 통일부 산하 통일연구원이 지난 10일 발간한 ‘북한인권백서 2023’에는 의약품 부족과 잘못된 의료지식으로 빙두(필로폰) 같은 마약류를 치료용으로 쓴다는 탈북민들의 증언이 많았습니다.
이 백서에 따르면 탈북민들은 “빙두를 치료제로 생각해 감기나 축농증에 걸리면 빙두를 한다”거나 “아편을 약처럼 사용할 수 있어서 집집마다 거의 다 가지고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