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대북수출이 금지된 주류와 사치품의 대북 밀무역이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이행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경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제사회와 대북제재 위반 실태를 추적하고 있는 미국의 법률정보 회사인 '카론'(Kharon)은 30일 '맥주 선적이 수백만 달러 어치의 북한 무역망을 드러내다'(Beer Shipments Uncap Multi-Million Dollar North Korea Trade Network)란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북한이 대북제재망을 피해 최근 중국에 기반을 둔 '다롄명해국제무역사'(Dalian Myunghae International Trade Co., Ltd.)를 통해 러시아, 베트남(윁남), 인도네시아 등을 통해 주류 등 수천만 달러의 사치품을 밀수입하고 있는 실태를 폭로했습니다.
북한과 관련한 무역기록을 지속적으로 조사한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 인도네시아, 러시아 및 기타 지역의 공급 업체들이 2018 년 1 월 이후 중국에 본사를 둔 '다롄명해국제무역사' 등에 3천200만 달러 이상의 주류와 사치품 등을 선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북한과 관련된 홍춘화(Hong Chunhua)와 박명철(Park Myung Cheol)이 사실상 '다롄명해국제무역회사'를 소유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러시아의 유명 주류회사인 '발티카 맥주회사(Baltika Breweries Co.)'가 '다롄명해국제무역사' 등에 지난해 4월 처음으로 맥주 957상자를 선적했습니다.
이후 지난해 5월에도 맥주 3천100상자를 '다롄명해국제무역회사'에 선적했지만, 두 화물 모두 북한이 최종 목적지였다는 의혹 때문에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구에서 압류됐습니다.
아울러 보고서에 따르면 '다롄명해국제무역회사'가 인도네시아 업체 'PT 투나스 바루 람풍'(PT Tunas Baru Lampung)과 베트남 업체 '핑크 웨일'(Pink Whale Company Limited)을 통해 북한으로 주류와 사치품들을 밀수출했습니다. '카론'의 벤 데이비스(Ben Davis) 최고연구담당자(Chief Research Officer)는 3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번 보고서는 대북제재를 피해 사치품과 기술을 획득하기 위한 북한의 무역 연결망(Network)이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데이비스 최고연구담당자: 이번 조사에서 수천만 달러 상당의 제품이 북한 관련 회사로 들어가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는 데 의미가 큽니다. 북한의 무역망에서 고의로 또는 비의도적으로 중간 역할을 하는 공급업체에서 사치품들이 운송되는 것도 눈여겨봐야 됩니다. 이렇기 때문에 미국, 유럽, 아시아에 있는 다국적 제조업체의 제품도 (북한에) 흘러 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데이비스 최고연구담당자는 이러한 북한의 사치품 거래 조사 결과는 각 정부의 세관 자료를 토대로 이뤄졌기 때문에 사치품들이 대북제재를 회피해 북한 항구로 직접 들어갔음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이날 '카론'이 개최한 회의에서 보고서 저자인 에드몬드 수(Edmund Xu) 제재담당 연구원은 미국, 한국, 유럽연합, 일본 등 다국적 기업이 제조한 물건들이 '다롄명해국제무역회사' 등을 통해 북한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단은 최근 공개된 최종보고서에서 위스키, 코냑, 보드카, 와인 등 고급 주류도 사치품으로 분류돼 수출이 금지돼 있지만, 북한 매체가 공개한 평양 대성백화점에서 버젓이 판매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그러면서 최종보고서는 주류와 사치품 등이 러시아, 중국, 싱가포르 등을 통해 밀반입된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싱가포르인 조던 칭(Jordan Cheang)이 운영하는 '아스펜 리소스'(Aspen Resources Pte. Ltd)가 벨라루시에서 최소 1만4천달러 상당의 보드카를 구매해 북한에 수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