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지난 8월 말 소고기 유통 업자들의 공개처형 소식을 전해드렸는데요. 같은 장소에서 이번에는 의약품 관리자가 공개처형 됐습니다. 주민들은 사람 목숨이 파리 목숨이라며 당국이 처형장에서 밝힌 죄목을 의심하는 분위기입니다. 북한 내부 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양강도에서 의약품 관리자가 공개 처형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을철이 되면서 계절 변화에 따른 코로나 유사 증상자, 호흡기 환자들이 늘며 북한 당국이 긴장하는 가운데 집행된 것입니다.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을 위해 익명요청)은 25일 “오늘 혜산시에서 도 인민위원회 산하의 민방위부 전시예비물자 보관창고인 4호 창고에서 의약품을 관리하던 40대 남성이 공개처형 됐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공개처형 장소는 지난달 30일, 소고기 불법 유통한 9명을 한꺼번에 공개 처형했던 혜산비행장 등판이었으며 처형된 관리인은 전시 예비 의약품을 몰래 빼돌린 혐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은 “공개총살 현장에서 도 인민재판소는 관리인이 작년부터 4호 창고에 보관된 다량의 전시용 의약품을 몰래 시중에 팔아 넘긴 것으로 최종 판결했다”고 밝혔습니다.
민방위부는 전시에 후방의 로농적위대(노동자, 농민 방위군), 교도대(대학생 방위군), 붉은청년 근위대(고급중학생 방위군)에 전투물자를 보장하고 지휘하는 예비군사전력으로 의약품뿐 아니라 각종 원유, 자재, 윤전기재 부품 등의 군수물자를 보관, 관리하고 있습니다.
소식통은“혜산시 인민반들에는 낮 12시까지 공개처형 현장에 모이라는 지시가 하달됐으며 처형 현장에는 가두 여성(주부)들과 해당 관계자들만 모이고 예전처럼 공장, 농장일을 멈추거나 장마당까지 휴장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총살 현장에 모인 주민들은 도 인민재판소의 사형 판결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은 “전시물자가 한 사람이 빼돌릴 정도로 허술하게 관리되지 않는데다 관리자 한 사람이 재판소가 밝힌 대로 2만 대 이상의 페니실린을 갈취하긴 어렵다는 점을 들어 당국의 판결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공개처형 소식은 25일 연결된 양강도의 또 다른 소식통(신변안전을 위해 익명요청)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소식통은 “도내 민방위부 4호 창고에 보관했던 페니실린이 대량으로 빼돌렸다는 죄명으로 혜산시 주민들이 보는 앞에서 공개 총살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요즘 가을 선기가 돌면서 페니실린을 찾는 주민들이 대폭 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코로나변이비루스로 알려진 열 감기와 기침 등 호흡기 질환의 치료제로 페니실린의 수요가 많은 지금 시기에 딱 맞춰 총살형이 이뤄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즉 당국이 의약품 관리자 공개처형으로 의약품 관리체계에 경종을 울리고자 했다는 주장입니다.
특히 소식통은 공개처형을 목격한 주민들은 “원래 약은 부족한데 총살은 너무한 처벌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며 “4호 창고는 기한(유효기간)이 거의 된 약품을 지역 병원에 보내고 새 약을 다시 받아 채우는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이 과정에서 페니실린 부족분을 모두 한 사람에게 뒤집어씌워 총살한 것이 아니겠냐”고 추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공개처형에서는 마치 감기나 호흡기 증상이 급증하는 것을 페니실린이 부족하여 나타나 현상으로 몰고 갔다”면서 “지난 8월에는 소고기를 유통했다고 총살하더니 이달에는 페니실린을 갈취했다고 총살하고 있으니 이 나라에서는 사람 목숨이 파리 목숨보다 못하다”고 개탄했습니다.
한편 북한 당국은 9월 26일, 조선중앙통신에 “평양시에서 계절적 변화에 대응한 방역학적 대책 더욱 강화”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하였습니다. 통신에 따르면 평양시에서 방역 상황을 긴장하게 주시하면서 감기를 비롯한 호흡기성 질병과 관련한 예방 대책을 신속히 세우고 신속 기동 방역조, 신속 진단 치료조들이 언제나 긴장된 태세를 유지하도록 했다고 밝혔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팀 이경하